장엄하고 아름다운 ‘찰나의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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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 성보박물관(관장 경선 스님)은 소장유물도록 Ⅲ <범어사의 불화>를 냈다. 180여 쪽에 전각의 탱화, 전각의 벽화, 야단(野壇)의 괘불탱, 성보박물관 소장 불화, 4부로 구성해 1년간 작업한 것이다. “122점을 실은 책은 범어사의 중요한 불화를 거의 망라했다”는 게 성보박물관 측의 설명이다.

범어사 ‘소장유물도록Ⅲ’ 출간
화승들 공덕 깃든 불화 122점

대웅전에 있는 총 69점의 불화는 인간 정신의 궁극, 진리의 순간을 아름답게 고양시키고 있다. 대웅전 중앙의 ‘영산회상도’는 꽃비처럼 내리는 법열의 순간을 표현한 거다. 좌우 벽면 벽화인 ‘약사삼존도’와 ‘아미타삼존도’는 중앙의 ‘영산회상도’와 함께 3불(석가-아미타-약사)의 짝을 이루는데 아미타삼존도 밑에는 불법을 수호하는 ‘신중도’가, 약사삼존도 밑에는 삼계의 고혼을 구제한다는 ‘삼장보살도’가 걸려 있다. 또 대웅전 벽화 60여 점 중 여래도가 42점이나 되는데 그중 화엄경 사찰인 범어사에 어울리게 화엄경의 비로자나불이 가장 상단에 위치해 있다. 벽화 중에는 혜가가 팔을 잘라 달마에게 바치는 ‘혜가단비도’도 있다. 그리고 대들보와 벽화의 아래위 쪽에 하늘을 날고 있는 10점이 넘는 천녀도와 운룡도는 제한된 불전 공간을 높이 상승시키고 있다.

관음전의 후불탱화인 ‘백의관음보살도’는 환한 자비의 흰빛을 내뿜는 신비로운 수작이다. 대웅전(3점)과 관음전(1점) 불화는 19세기 해인사를 근거 삼아 부산 경남에서 활약한 사불산화파(四佛山畵派)의 기전·의관 스님이 주도해서 1882년에 그렸다고 한다.

이렇게 불화를 그린 화승(畵僧)들의 이름이 밝혀져 있다. 팔상전의 ‘석가설법도’, 나한전의 ‘석가설법도’와 6폭 ‘십육나한도’, 야단 ‘괘불탱’은 모두 1905년에 조성한 불화다. 이들 불화는 계룡산화파의 약효·문성 스님이 주도해서 그렸다고 한다. 이중 ‘십육나한도’는 도상 표현이 매우 자유롭다. 팔상전의 8폭 ‘팔상도’는 약효 스님의 맥을 잇는 우일 스님이 생동감 있는 청록산수 풍으로 1978년 그렸단다.

천왕문의 4폭 ‘사천왕도’는 현존 사천왕도 중 가장 큰 규모인데 원선·민관 스님이 1869년 그린 것이란다. 특별논고를 쓴 박은경 동아대 교수는 “상서로움과 장엄함을 한껏 표현한 신비로운 불화들은 유·무명 화승들의 깊은 공덕이 깃든 것”이라며 “범어사가 그런 깊은 공덕의 사찰”이라고 했다. 051-508-6139. 최학림 선임기자 th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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