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모룡 칼럼] 가덕도 신공항, 때늦은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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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교수

대다수 시민의 환호 속에서 ‘가덕도 신공항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경종을 울리는 소수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가덕도 대항마을 주민들이 발표한 호소문이나 환경단체의 반대 성명서를 애써 외면하지 말아야겠다. 소수 의견을 차별하지 않는 정치적 올바름도 견지할 일이라 생각한다. 이는 실행단계에서 충분하게 토론되어야 한다. 새삼 경부고속철도 건설 중에 천성산 터널을 두고 지율스님이 단식으로 항거한 일이 선연하다. 마찬가지로 가덕도 주민과 그와 함께하는 노동과 뭍 생명도 존귀하다. 이러한 사실을 전제하면서,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그간에 지체된 사실을 탄식한다.

가덕도 신공항은 1990년대에 시작되어 21세기 초입에 완공을 보았어야 했던 사안이라는 생각이다. 1990년대는 지역경제가 제조업에서 첨단산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전환기였다. 이 시기에 지식정보산업단지를 위한 센텀시티가 계획되고, 진해 용원과 가덕도 일원에 부산신항 건설 사업이 설계되었음을 상기할 수 있다. 김해국제공항의 한계가 수면에 떠오른 계기는 2002년 중국 민항기가 돗대산에 충돌하는 사건이다. 이때까지도 안전, 수용량, 소음 등이 주된 관심사였고 첨단산업과 연계한 물류의 문제를 절실하게 인식하지 못하였다. 항만 위주의 발전에 주력하면서 센텀시티도 상업과 주거 위주의 공간이 잠식하는 귀결에 이른 것은 아닌가 한다.

김해공항 군사적 목적서 탄생
증축해도 태생적 한계에 직면
세계와 문화적 접촉 역할 빈약

공항 하나로 도약하긴 어려워
수도권의 소통에 투자 늘렸듯
동남권 플랫폼 국가가 키워야



우연이겠지만 센텀시티는 ‘부산국제공항’이 있던 자리를 차지했다. 잠시 부산의 공항사를 살피는 우회가 허락된다면, 일제 말 군사 공항이던 수영비행장이 한국전쟁을 계기로 임시 국제공항이 되었다가 1963년 김포에 이어서 다시 국제 비행장이 되었던 사실과, 이 ‘부산국제비행장’이 1976년 수영에서 김해로 이전한 일을 되새기고자 한다. 본디 김해공항이 놓인 자리도 일제 말 군사기지로 출발하여 한국전쟁기 미군이 ‘서부산공군기지’로 사용하던 곳이다. 그러니 일제와 한국전쟁의 유산뿐만 아니라 태생적으로 군사적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부산의 도시사가 그러하듯이 새롭게 혁신하기보다 뭔가 덧붙여 온 역사를 김해공항도 고스란히 지닌다. 여객청사와 활주로를 최근까지 여러 차례 증축했다. 하지만 인근에 마을이 있으니 소음 문제로 밤 11시부터 아침 6시까지 공항 기능은 정지되고 만다. 활주로도 짧아서 대형 비행기는 착륙할 수가 없다. 이 탓에 취항한 항공사 가운데 인천으로 떠난 경우가 적지 않다.

코로나19가 오기 전에 나는 오키나와를 가기 위하여 출발 한 시간 이전에 표를 끊었으나 가까스로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줄을 선 탓이다. 물론 공항은 여행객을 위한 공간만은 아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물류가 있고 세계 도처의 사람들이 드나든다. 이러한 과정은 대단히 중요한 경험이자 문화다. 단지 비행기를 타고 내리며 짐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설쳐 대는 공간이 아니다. 세계 여러 도시의 이름을 알게 되며 낯선 사람들을 접한다. 차를 마시거나 신문과 잡지를 읽고 서점에 들러 여행 중에 읽을 책을 찾기도 한다. 면세점에 진열된 상품이나 다양한 음식도 공항에서 즐겁게 만나는 대상이다. 김해국제공항에서 이와 같은 문화적 접촉은 풍부하지 않다. 그저 일행을 놓치지 않고 빠져나가기 바쁘다. 인천공항만 못해도 어느 정도 근사한 공항이 남부 지역에 놓이면 좋겠다.

왜 우리는 가덕도 신공항에 환호하는가? 어떤 이는 위기를 말하고 어떤 이는 상실을 말한다. 한편으로 균형발전을 주창한다. 부산, 울산, 경남이 메가시티를 형성하여 힘을 모으자고도 한다. 다 맞는 말이다. 인구가 줄고 청년은 빠져나가고 대학이 쇠퇴하는 현실은 확실히 위기다. 제2 도시로 화려했던 시절도 있었으니 상실이다. 몸집을 불려 역량을 결집하여 새 출발을 하자는 도약의 의지도 가상하다. 그렇다고 공항 하나 만든다고 위기가 극복되고 상실감이 치유되며 새로운 도약이 이루어질까? 물론 아니다. 비록 늦었으나 국제적인 공항이 신설되면서 혁신의 계기가 올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의 도시를 형성하는 산업과 학교와 미디어는 네트워크가 되어야 한다. 공항과 항만, 도로와 철도는 네트워크를 이루는 주요 미디어들이다. 이러한 미디어가 부실한 데서 창의와 집적이 이뤄지긴 힘들다. 그동안 부산은 이와 같은 네트워크를 통한 도시 플랫폼을 가꾸지 못했다. 수도권도 크고 작은 중심과 주변이 중첩되어 있으나 미디어의 소통에 많은 투자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남부권 혹은 동남권에 수도권에 상응하는 플랫폼을 국가가 만들어야 한다. 단순한 균형 논리가 아니라 국가와 지역의 미래를 위한 일이다. 환호 속에서 경종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바 아니다. 그러함에도 무엇보다 지금이 아니면 아니라는 생각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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