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부산에서 칠레 발파라이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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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신공항특별법 제정에 즈음하여

올해만큼 간절히 봄을 기다린 적이 있었을까. 10년 만의 칼바람이 분 것은 물론 코로나19로 몸살을 앓은 지난 1년이 내내 ‘겨울’이었으니 봄기운이 그리웠던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꿈은 겨울 가슴에 품어 기른다는 말처럼 코로나19라는 모진 겨울을 뚫고 20년 세월을 건너 마침내 부산의 꿈이 실현되는 진정한 봄소식이 당도했다. 2월 26일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이로써 안전하고 제대로 된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이 그 역사적 첫발을 디디게 됐다. 가덕신공항을 지지해 주고 압도적인 찬성표로 특별법을 통과시켜 준 국회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중국 민항기의 돗대산 충돌 사고 이후 자그마치 19년이 흘렀다. 강산이 두 번 바뀐 세월 동안 ‘가덕신공항’은 선거철만 되면 돌아오는 단골 공약이었고, 부산 시민은 희망과 실망의 롤러코스터를 타야 했다. 2016년 ‘김해신공항’안이 결정된 후에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패배감마저 감돌았다. 부산이야말로 공항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수도권 언론도 있었다.

하지만 위대한 800만 부울경 시·도민은 계란이 바위를 부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지역 상공계는 찜통더위 엄동설한 가리지 않고 서울에 가서 관문공항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외쳤고, 학계는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김해신공항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부울경은 자체 ‘가덕도신공항추진단’을 구성해 학계와 지역 상공계의 활동을 뒷받침했다. 오랜 논쟁으로 지칠 때마다 800만 부울경 시·도민은 희망의 불씨를 되살려냈고 결국 특별법 통과라는 결실을 이루어냈다. 큰절을 올려도 부족한 심정임을 이 지면을 빌려 밝힌다.

요술램프도 아니고 공항이 모든 경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지적은 미안하지만 이제 건너뛰겠다. 관문공항 건설을 계기로 지역 경제 발전은 물론, 국가 혁신을 이룬 예는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2020 월드엑스포 개최지 두바이 역시 공항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을 연결하는 지리적 여건은 두바이를 사람과 자본이 모이는 허브로 만들었다. 공항을 중심으로 한 사람과 물자의 이동은 공항 주변을 경제 중심지로 변모시킨다.

독일 최대 사무 빌딩으로 꼽히는 ‘더스퀘어’는 도심 번화가가 아니라 프랑크푸르트 공항 안에 자리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2021년까지 다양한 용도의 빌딩과 대규모 물류 시설, 녹지 공간까지 갖춘 공항복합도시를 완성해 혁신 기지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공항과 연계한 이 같은 성장을 우리의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명실상부한 항만·공항·철도 트라이포트 완성은 대한민국을 유럽·아시아와 잇는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만들어 줄 것이다. 동남권은 물론 남해안권 주요 도시에서 신공항을 연결하는 도로와 철도 등 남부권 광역 교통망을 완성하는 촉진제가 될 것이고 동남권 메가시티도 가속화시킬 것이다.

항공기가 경량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덕신공항까지 완성되면 부산에서 가장 먼 자매 도시인 칠레 발파라이소까지 직항으로 여행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세계 주요 도시와 연결되는 ‘가덕 직항’은 2030 부산월드엑스포 유치 전망을 더욱 밝게 해 줄 것이고, 엑스포 개최지인 북항의 재개발도 본궤도에 올려 놓을 것이다.

특별법 통과 후 감격스러웠던 마음은 잠시 접어 두려고 한다.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신발 끈을 동여매겠다. 가덕신공항 개항까지 800만 시·도민께서도 함께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 ‘가덕’이라는 날개로 더 높이 더 멀리 날아오르자.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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