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메가시티’ 외치지만 지역인재는 ‘각자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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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지역 대학] 하. 기승전 ‘지역 일자리’

‘동남권 메가시티’를 지향하는 마당에 부울경 지역인재를 각 지자체로 한정해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3월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혁신도시와 함께하는 2019 부산 공공기관 합동채용설명회’. 부산일보DB

위기의 지역 대학을 살릴 수 있는 타개책으로 크게 3가지가 지목된다. 우선 정부가 수도권 대학에 쏠린 재정지원을 지역 대학으로 돌리고 학생 1인당 교육비를 높이는 등 지역 대학 경쟁력 강화가 ‘몸통’에 해당한다. 지자체가 나서 기숙사 건립 등의 방법으로 다른 지역 신입생 또는 외국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게 ‘입구전략’이다. 마지막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 대학 졸업생들이 뿌리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출구전략’이다.

수도권에 견줘 비수도권에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비수도권에 이전한 공공기관에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높이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안타깝게도 ‘메가시티’를 지향하는 부산·울산·경남의 각 지역인재는 메가시티 전체의 인재가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부산 평균 월급 211만 원 전국 12위
대기업·공공기관 양질 일자리 부족
지역 대학 졸업생 타지 유출 악순환
이전 공기업 일자리도 수도권 출신 차지
부울경 공공기관 지역인재 광역화 해야


■좋은 일자리 없으니 떠난다

이해우 동아대 총장은 지난해 8월 취임한 뒤 부산을 비롯해 울산·경남 등 각 지역으로 뛰면서 수많은 기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 총장이 이 같은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기업에 재학생·졸업생들의 우수성을 설명해 보다 많은 채용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총장은 취재진에 이런 바람도 털어놨다.

“지금 각 지역 이전 공공기관에서 지역인재를 의무적으로 채용하고 있죠. 이런 흐름이 대기업을 비롯한 사기업에도 확대됐으면 정말 좋겠어요.”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이 한국고용정보원의 ‘2018 대졸자직업이동경로’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졸자의 직장 소재지별 월 평균 임금은 부산이 211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중 12위에 불과하고 전국 평균 임금 219만 9000원보다도 8만 9000원이 작았다.

부울경 중에서는 9위를 기록한 경남(223만 1000원)과 11위인 울산(220만 1000원)은 모두 평균 이상이었다. 서울(223만 3000원)과 경기(228만 7000원), 인천(220만 3000원) 등 수도권 직장에 자리잡은 대졸자 임금 역시 부산보다 높았다. 해당 조사는 임시·일용직까지 모수 포함한 결과이기 때문에, 종업원 규모와 정규직 여부에 따라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

이처럼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는 대졸자의 임금이 다른 지역보다 낮은 것은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지역 대학 졸업생들의 타지 유출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고용정보원의 2016년 같은 조사에는 부산지역 대학 졸업자 직장 소재지의 68%가 부산이었다. 하지만 2018년 조사에서는 55.6%로 줄었다.



■“괜찮은 지역 일자리도 수도권 학생 차지”

서강대 경제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조귀동 씨는 지난해 펴낸 저서 <세습중산층사회>에서 “그나마 지방에서 창출되는 괜찮은 일자리 가운데 다수는 서울 지역 대학 졸업생들의 차지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근거로 고용정보원의 2017년 보고서를 제시했다. 수도권 대학을 졸업하고 비수도권에 취업할 경우 받는 급여는 월 253만 6000원으로, 이는 심지어 수도권에 취업할 경우의 급여 234만 6000원보다도 많다는 것이다. 반면 비수도권 대학을 졸업하고 비수도권에 취업하면 평균 급여가 208만 원에 그쳤다.

조 씨는 이를 두고 “수도권 대학 졸업생들이 대기업의 지방 소재 공장이나 연구소 등으로 내려가고, 또 지방 이전 공기업 일자리를 차지한 결과다”면서 “결국 ‘질 좋은 일자리’가 지방에 있어도 가장 좋은 몫은 서울 명문대 졸업생의 차지인 것이다”고 분석했다.

때마침 비교적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이전 공공기관에서 비수도권 대학 졸업생 채용을 늘리자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현재는 혁신도시가 있는 그 지방의 대학 출신 30%를 목표 할당으로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다른 지방의 학교까지 더 얹어서 50%까지를 지방대 출신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1월 31일 국회에서도 김윤덕 의원이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비수도권 대학 졸업생 의무 채용 비율을 높이면 합격자의 수준이 떨어져 업무에도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과연 그럴까. 부산의 한 이전 공공기관 관계자는 “완벽한 기우였다”고 단언한다.

“처음에는 우리도 그런 걱정을 했어요. 그런데 지역 대학 졸업생들도 근속연수가 길어지면서 일의 숙련도 역시 상승해 업무에 전혀 지장이 없어요. 그리고 이전 공공기관에서 인턴 경험을 하고 입사한 직원도 많기 때문에 업무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수도권 출신자들이 중도 이탈하는 피해가 더 크죠.”



■대전·충청권도 하는데, 부울경은?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2020년 전국의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현황을 보면 109개 공공기관에서 1181명을 채용해 28.6%를 기록했다. 지난해 정부 목표인 24%를 넘는 수치다. 지역별로 보면 부산의 11개 공공기관은 지난해 지역인재 102명(33.9%)을 채용해 다른 지역보다 지역인재 채용 비율이 훨씬 높은 편이다. 하지만 부산은 대학 졸업자만 4만 명 이상으로 전국 혁신도시 중 가장 많다 보니 이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의 이번 발표에서 한 가지 주목할만한 점은 대전·충청권의 광역화다. 대전시와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는 지난해 각 지역 소재 대학이나 고교 졸업생은 권역 어디서나 지역인재로 인정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전·충청권 지역 대학 졸업생 6만여 명은 해당 권역 공공기관51곳(대전 17·충남 3·충북 11·세종20)에 지역인재 전형으로 지원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안타깝게도 부울경에서는 지자체간 이견으로 지역인재의 광역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부산시는 부울경에서도 지역인재 광역화를 추진하자는 입장이지만 울산시와 경남도는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부산지역 대학 졸업생이 경남과 울산에 견줘 많다보니 이 제한을 풀면 경남과 울산의 지역인재가 불리하다는 게 반대의 이유다.

김경수 도지사도 지난달 26일 <부산일보>와의 통화에서 “혁신도시에 산적한 과제 중에서도 지역인재는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면서 “기존 지역인재 채용 30%에 다른 지역 소재 대학 졸업생 20%를 더 뽑는다면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며 지역인재 광역화에는 다소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가덕신공항 특별법’ 제정을 발판으로 삼아 ‘부울경 메가시티’에도 박차를 가하는 마당에 부울경 지역인재만 각 지자체에 묶어두는 것은 시대 차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부울경 대학 졸업생 7만여 명도 부울경 공공기관 21곳의 지역인재로 채용되는 게 메가시티 목적에 부합하다는 것이다.

채영희 부경대 부총장은 “어차피 부산 지역 대학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경남과 울산 출신이다”면서 “정치권과 지자체가 메가시티를 지향한다면 이 문제를 반드시 풀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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