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걷어 복지 재원 충당하자” 여권발 증세론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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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재난지원금의 막대한 실탄을 확보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이 잦아지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복지 재원을 충당하기 위한 증세론이 여권 내부에서 봇물 터지 듯 제기되고 있다. 여권발 증세론이 ‘4·7 재보선’을 앞두고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것이다. 증세는 때론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하고,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를 거쳐 방법론을 도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 가운데 한 명인 이재명 지사는 지난 달 23일 페이스북에서 우리나라 복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절반에 불과하다면서 증세를 통해 기본소득 등 복지를 늘려가야 한다고 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 목적세를 걷어 전액 공평하게 배분한다면 80∼90%의 압도적 다수가 내는 세금보다 받는 소득이 많아서 증세 동의가 쉽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추경 잦아
정치권·학계, 다양한 방법 거론
부자·보편 증세 등 의견 엇갈려
필요성·방식 놓고 이견도 팽팽


기본소득제 찬성론자인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1인당 월 3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려면 연간 180조 원이 필요하다”며 부가가치세 3% 인상 필요성을 거론했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고소득자와 100대 기업 등을 대상으로 소득세·법인세를 한시적으로 올리는 내용의 ‘사회적연대세법’ 발의를 준비 중이다. 같은 당 이원욱 의원은 코로나 손실보상제 재원을 위해 3년간 한시적으로 부가가치세 1%를 인상하자고 제안했다.

이낙연 대표가 주도하는 신복지제도 관련 전문가 그룹에서도 증세 필요성을 거론했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달 25일 국회 혁신적포용국가미래비전 초청 강연에서 보편적 사회보호제도인 신복지제도의 재원 마련을 위해 향후 20년간 4단계에 거쳐 점진적으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바탕으로 증세를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윤 교수는 조세감면 폐지와 축소, 소득세 중심의 누진적 보편증세, 사회보장세(기여금) 증세, 부가가치세 증세로 이어지는 단계적 증세론을 폈다.

여권발 증세론은 무성하지만 아직 방향성은 없어 보인다. 한쪽에서는 부자증세나 보편 증세를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아직 때가 아니라는 신중론과 부정적 의견도 적지 않다. 증세론은 사실 정치권보다 학계에서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저출산 고령화 속에서 날로 늘어나는 복지 비용을 지금의 재정 시스템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급팽창한 긴급 구제 수요도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복지지출을 계속 늘리려면 나라 가계부를 맞춰야 하는데, 지금 상태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서 단계적인 세금 인상안을 제안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다음 정상적인 경제 상황에서 증세해야 한다. 가능한 빨리, 그리고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세 방식에는 견해가 갈리고 있다. 김진방 교수는 “기본소득이나 복지의 보편화라면 보편 증세를 해야 하지만 소득양극화 문제 해결이 당면한 현안이라면 부유한 계층이 더 많은 부담을 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소득세나 재산세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규철 실장은 “세율을 높이기보다 세원을 확대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며 “비과세, 감면, 면세계층이 많은 만큼 이쪽을 먼저 손본 다음 세율을 올리되 부가가치세, 소득세, 법인세 등 어느 세목을 올려야 하는지는 이해가 첨예하게 갈릴 수 있어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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