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 ‘사라질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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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2019년 부산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청사가 해외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부산일보DB

“하나 마나한 해외여행 대신 진짜 여행 시대가 열린다.”

평소 해외여행을 즐기는 강태민(48) 씨는 최근 가덕신공항 특별법 통과 소식을 듣자마자 ‘이제야 정말 여행다운 여행을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불현듯 머릿속에 떠올랐다고 한다.

사실, 그동안 부산 김해공항에서 출발하는 해외여행은 ‘여행’이 아니라 ‘고난의 행군’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강 씨도 몇 년 전 가족들과 필리핀 세부 여행을 갔다가 고생만 한 기억이 생생하다. 세부 현지 공항에서 5~6시간 쪽잠을 자며 기다리다가 새벽 시간대 항공기를 이용했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겨우 탑승한 항공기 안에서는 피곤한 아이들이 비행시간 내내 칭얼거렸다. 강 씨는 다른 승객들 눈치를 보느라 기내식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고생 끝에 김해공항에 도착하니 이미 공항은 ‘아수라장’이었다. ‘커퓨 타임(운항 제한 시간)’으로 오전 6시 이후 도착 항공편이 몰렸던 것이다. 강 씨는 입국 수속을 하고 수하물에 찾는 데에도 두 시간 정도 걸렸다고 한다. 쉬러 해외여행 갔다가 다시 녹초가 돼 돌아왔다.

동남권 주민이면 누구나 한두 번 가지고 있을 이 같은 ‘악몽’은 가덕신공항이 개항하면 추억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가덕신공항은 24시간 운항, 다양한 노선 등을 강점으로 부산에서 출발하는 해외여행의 품격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덕신공항이 24시간 운영되면서, 여행객들은 편리한 시간대에 원하는 항공기를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여행객들은 동남아 현지 공항에서 피곤한 몸으로 장시간 기다릴 필요가 없어진다. 또 미국 주요 도시에서 저녁 시간대에 출발해 새벽 4~5시쯤 부산에 도착하는 황금 노선도 운항된다. 심야 출발 항공편일 경우 여행객들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여유롭게 출발할 수 있다. 특히 운항 시간에 제한이 없다 보니 특정 시간대에 항공편이 몰리는 일이 사라지면서, 여행객들이 큰 혼잡 없이 수하물을 찾거나 입국 수속을 할 수 있다.

또 여행객들은 인천공항이나 일본 나리타공항 등지로 가야하는 ‘악몽’을 겪지 않아도 돼 시간과 경비를 아낄 수 있다. 가덕신공항에는 최대 130여 노선이 운항될 전망이다. 또 기업 입장에서는 급히 해외 출장을 갈 일이 생겨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굳이 인천공항을 가지 않고도 가덕신공항에서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

무엇보다 해외여행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가덕신공항에 24시간 내내 130여 개 국제노선이 쉴 새 없이 돌아가면서, 부산에서 출발하는 해외여행 상품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당연히 동남권 주민들의 상품 선택권도 넓어진다.

앞으로 ‘가덕 인(in), 인천 아웃(out)’ 코스의 여행상품이 보편화될 예정이다. 외국인들이 가덕신공항을 이용해 부산, 울산, 경남 중심의 관광 프로그램에 몰리게 되고, 관문공항의 환승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환승 관광’은 부산 관광의 새로운 트렌드가 된다. 환승 관광상품은 환승 기간에 따라 서부산권, 부울경, 남해안권 등으로 세분화된다. 심야투어 패키지도 인기를 얻을 전망이다.

부산관광협회 한 관계자는 “24시간, 130여 개 노선을 운영하는 가덕신공항은 동남권 지역의 ‘해외여행’ 개념 자체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형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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