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가덕신공항, 국토부 앞날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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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겸 팬스타그룹 회장·대한민국해양연맹 총재

부산에서 가장 큰 섬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부산 사람들조차 영도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정답은 가덕도다. 가덕도가 20.7k㎡이고 영도는 14.1k㎡에 불과하다. 부산 섬의 맏형 가덕도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게 안타깝다. 지난ekf 26일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가덕도는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릴 수 있게 되었다. 부울경의 숙원인 가덕신공항이 마침내 되돌릴 수 없는 국책사업으로 확정됐다. 수도권은 물론이고 대구·경북의 집요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 오랜 기간 ‘안전하고 24시간 운항이 가능한 신공항’에 매달린 건 육·해·공 트라이포트(Tri-Port)를 구축해 동북아 물류 중심도시로 비상하려는 꿈 때문이었다. 가덕신공항은 그 꿈을 실현시킬 원동력이 될 것이다. <부산일보>는 끊임없이 “가덕신공항을 기반으로 한 동남권 메가시티라는 부울경의 비전이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이라는 망국적 흐름을 반전시킬 마지막 희망과도 같다”고 강조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가덕신공항은 부산 사람들만의 꿈이 아니다. 새로운 국운이 전개될 한반도의 ‘오래된 미래’다.

한반도의 ‘오래된 미래’ 이제야 확정
동북아 물류 경쟁력 확보 절대적 기여
중앙집권세력, 호시탐탐 반격 노릴 듯
해양수산교통부로 행정 재조정 절실

부산 가덕도와 그 인근은 수천 년 전부터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가 맞닿았음을 지명과 역사에서 알 수 있다. 하늘의 성인 천성진(天城鎭), 선창(仙倉)과 동선(東仙) 마을, 학을 타고 오르내리던 승학산(乘鶴山) 등의 지명에서 이미 하늘과 땅이 연결된 곳이다. 가덕신공항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2000년 전 인도 아유타국의 허 황후가 배를 정박시킨 용원의 망상도는 매립되어 육지가 되었지만 가덕도 부산진해신항에 있다. ‘365일, 24시간’ 운영될 가덕신공항은 부산신항과 함께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인천항-인천공항 조합’과는 사뭇 다른 미래를 그릴 수 있다. 중앙집권주의자들의 주장처럼 수도권과 동남권으로 국력을 분산시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항공, 해상, 육상이 결합한 동북아 복합 물류의 경쟁력을 우리나라가 확보하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국가 교통행정의 재조정이 절실하다. 국토교통부의 항공·육상 부문을 탈 것이 없으면 단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바다 영토를 관장하는 해양수산부의 해운 행정과 결합해서 독립된 교통 행정의 컨트롤타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지난해 세계해양포럼의 해운 세션에서 기조강연을 한 오노즈카 마사시의 주장처럼 세계는 이미 ‘로지스틱스 4.0’ 시대에 접어들었다. 4차 산업혁명 신기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이 중심이 된 물류혁명의 시대다. 과거 물류의 역할이 산업을 지원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지금은 제3의 이익원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더 나아가 물류 서비스 자체가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되는 상황이다. 해운, 항공, 육상교통으로 분리해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최첨단 물류 전쟁 시대에 걸맞은 대한민국 병참 시스템의 재정비와 재배치가 절실하다. 부산은 글로벌 물류에 일찍부터 눈을 떴고, 왜곡된 중앙정부 정책에 강력하게 저항해 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진해운 파산 정책을 가장 강도 높게 비난했고, 해운 부흥의 새로운 동력인 한국해양진흥공사를 탄생시켰다. 하이퍼루프의 도시형 모델인 어반 루프를 제시해 물류도시의 정체성을 화두로 잡은 곳도 역시 부산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중앙집권주의자들에 대한 경계심을 쉽게 풀지 못한다. 국가정책과 예산권을 모두 독점하고 있기에 정권이 레임덕에 빠지면 곧바로 반격할 우려가 높다고 생각한다. 해상과의 연계성이 떨어지는 국토교통부의 정책 오판은 한둘이 아니다. 지난해 1월에는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육상 화물운송 노동자의 저임금 체계를 개선해서 과로·과적·과속 위험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를 담았지만, 시장가격보다 월등히 높은 고시가격은 육상과 해상의 정상적인 시장을 완전히 뒤틀어 버렸다.

특히 국적 선사와 포워딩 업계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되었고, 수도권 화물의 부산항 환적 기능은 약화되었다. 이 정책 시행으로 수도권 제조업체들은 육상 운송료가 더 싼 인천항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화물은 부산항이 아니라 상하이항에서 환적되고 있다. 그 와중에 중국은 앞서 2019년 8월 발표한 ‘샤오타이 정책’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샤오타이는 우리말로 ‘~하는 김에 하다’, 혹은 ‘가는 길에 가져오다’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 북부 물량을 상하이항으로 가져오는 도중에 같은 황해권의 인천항에 잠시 들러서 수도권 물량을 흡수하는 전략이다. 정부의 안전운임제가 빚은 위험한 나비효과이자 눈 뜨고 코 베인 격이다. 중앙집권 세력의 근시안이 빚은 부산항만의 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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