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헬로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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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월드!(Hello World·반갑다 세상아!)”

1996년 8월 29일 타이거 우즈는 그 말로써 자신의 프로 입문을 세상에 알렸다. 먹이를 앞에 둔 호랑이처럼 패기만만한 21살의 청년은 “당신들이 나에게 거는 기대치가 얼마나 높든, 내가 나에게 거는 기대치에는 못 미친다”라고 자신을 높였다. 그 얼마나 당당했던가! 우즈는 이후 폭발적인 드라이버샷, 어디에서든 핀에 붙이는 정교한 아이언샷, 넣어야 할 때는 반드시 넣는 무시무시한 퍼트, 무엇보다 상대 선수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로 ‘골프 황제’가 됐다.

우즈는 신동이었다. 불과 3살 때 한 방송 토크쇼에서 퍼트 실력을 뽐낸 그는 1991년 미국 주니어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뒤 1994년에는 성인 대회인 미국 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 역시 최연소 우승했다.

그 모습에 감탄한 당시 필립 나이트 나이키 회장은 “저 청년을 반드시 잡아라”는 특명을 내렸고, 실제로 나이키는 우즈가 프로로 전향하자마자 ‘5년간 4000만 달러’라는 당시로선 전대미문의 금액으로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우즈는 프로 첫해 신인왕에 오르며 질주했다. 1997년엔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에서 대회 최저타(18언더파)로 우승하는 등 그해에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4승을 거두며 삽시간에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그가 지금껏 거둔 성적은 PGA 투어 82승(메이저 대회 14승 포함)으로 찬란하다. 82승은 고(故) 샘 스니드와 함께 갖고 있는 PGA 투어 최다승 기록이다.

우즈의 위대함은 성적에만 있지 않다. 당시만 해도 골프는 백인의 전유물이었는데, 우즈는 그런 인종차별 관습을 없앴다. 그는 스스로를 ‘코카블래시안’(Caucablasian)으로 불렀다. 자신에게 백인(Caucasian), 흑인(Black), 아시아인(Asian)의 혈통이 섞여 있다는 의미다. 여하튼, 우즈는 “나는 최고의 흑인 골퍼가 아니라 그냥 최고의 골퍼”라는 신념을 가졌고, 필드에서 그 사실을 증명했다.

그랬던 우즈가 최근 자동차 사고로 선수 생명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전에도 허리와 다리에 여러 차례 수술받은 전력이 있고, 50세에 가까운 나이에 당한 사고라 회복해도 예전 기량을 기대하긴 어렵다. 가는 세월을 어찌 이길 것인가마는, 그래도 우즈가 “굿바이 월드!(Goodbye World·잘 있어 세상아!)”라며 작별하는 모습은 상상하기 싫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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