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가교의 미래 ‘부산일본인학교’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가네다 다이 서일본신문 기자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 말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 광안리해수욕장 인근에 있다. 바로 ‘부산일본인학교’이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학생 36명이 사이좋게 공부하고 놀고 있다. 이 학교의 특징은 부모의 한쪽이 한국사람인 아이들이 절반이며, 부모 둘 다 한국사람인 아이도 있다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을 겪어야 하는 한국식 교육이 아니라 교육의 다양성이 있는 일본으로 진학하기를 원해 아동을 입학시키는 부모도 있다고 한다.

1975년에 개학한 부산일본인학교는 원래 부산에 주재하는 일본인 회사원의 자녀 교육을 위해 건립된 사립학교다. 한때 학생이 60명에 이르렀지만, 요즘에는 한국 내 터전을 서울에 두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학생이 줄어들고 있다.

학교 규모는 크지 않지만 작은 고추가 더 맵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됐을 때는 일본 본국보다 빨리 온라인 수업이 진행됐고 인근의 한국 초등학교와 적극적으로 국제교류를 펼치고 있다. 학교가 작은 만큼 교사와 학생이 친하고 자상한 지도도 이루어진다. 하라노 도시유키 교장은 “한국 사회의 좋은 부분들과 한국의 참모습을 배움으로 인해 한·일의 가교가 될 인재를 키우고 있다”고 가슴을 편다.

그러나 운영은 힘들다. 부산일본인회가 매년 지원하고 있는데 한계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도서실이나 보건실에서는 낡은 냉방기가 고장 나도 바꿀 수 없고, 아이들은 낡은 축구공으로 놀아야 한다. 보건실은 있지만 보건교사가 없기 때문에 학생이 아플 때는 학교에서 연락을 받은 학부모가 집에 데려가야 한다. 한국어 수업은 외부 강사에게 부탁하고 있지만 예산적인 제약 탓에 마음껏 하기 어렵다고 한다.

다른 학교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도 학생들의 표정은 밝다. 한 중학생은 “한국도 일본도 좋아하는 나라다. 영어도 열심히 공부해서 국제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힘차게 말했다. 국가도 국적도 상관없이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우정을 키우고 한·일 양국을 깊이 이해하는 그들은 장래 한·일 교류의 최전선에서 빛나는 인재가 될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아직 아는 사람이 적은 것 같지만 한·일의 미래를 만들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부산 시민이 많아지면 기쁘겠다. dai.kaneda@nishinippon-np.jp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