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상대 강력범죄 ‘공포’ 되살아난 ‘대연동 원룸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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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의 대연동 원룸 밀집지역에서 20대 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가 또 발생해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주 20대 여성이 자신의 원룸에서 성폭행을 당했는데, 2년 전 여대생 피살 사건이 발생한 곳과 걸어서 불과 2분 거리다. 당국의 허울뿐인 대책이 범죄를 막지 못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대연동 원룸 밀집지역에서 성폭행을 하고 달아난 40대 남성 A 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A 씨는 지난달 27일 오전 4시께 남구 대연동의 한 여성이 사는 원룸에 침입해 여성을 성폭행하고 물건을 훔친 혐의다. A 씨와 피해자는 전혀 일면식이 없는 사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틀 만인 지난달 29일 A 씨를 대전에서 검거했다. A 씨는 강도강간 혐의로 30일 구속됐다.

40대 남성, 원룸 침입 성폭행
2년 전 여대생 피살 현장 인근
당시 CCTV 추가 등 대책 불구
차일피일 미루다 ‘재발’ 충격
“여성들 밤에 불안해 뛰어서 귀가”

부산 남구 대연동의 일명 '원룸촌'에는 부경대와 경성대, 동명대 등 주변에 대학이 많아 1인 가구가 밀집해 있다. 심야에 여대생을 타깃으로 한 강력 범죄가 잇따르면서 치안 취약 지역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곳은 2019년 4월 여대생 살인 사건의 피해 여성이 살해된 채 버려진 장소에서 걸어서 2분(120m) 정도 떨어졌다.

2년도 안 돼 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가 또 발생하면서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인근 한 주민은 “밤마다 이 동네에 사는 여대생과 여성 직장인들이 불안감 때문에 뛰다시피 해서 집으로 들어갈 지경”이라며 “경찰이 순찰을 하는 것도 잘 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인근 상점 주인도 “범인이 근처 가게에서 청테이프와 장갑을 사갔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더 이상 강력 범죄가 우리 동네에서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력사건이 잇따르면서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지만 경찰은 ‘피해자 보호’라는 명분으로 사건 내용을 거의 공개하지 않아 불안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인다. 범인이 어떻게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는지, 피해자 집에는 어떻게 들어갈 수 있었는지 등을 공개하지 않는다. 범죄 예방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는 경찰이 사건 이후에 함구해 사건 감추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건 발생 직후 남부경찰서 직원들에게는 해당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복무기강과 기본근무를 철저히 할 것을 당부하는 자체 지시가 하달됐다. 느슨해진 경찰의 근무행태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와 남구청의 부실 대책에 대한 비판도 쏟아진다. 2019년 여대생 피살 사건이 일어난 대연동 일부 지역을 지난해 6월 ‘청년주거집중 지역마을 조성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CCTV와 센서를 추가 설치·강화하고, 공유대문을 조성하는 등 범죄 예방 시설물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천된 것은 전무하다. 용역과 발주가 늦어진 탓이다. 지난달 27일 사건 지점은 부산시 등이 지정한 사업지역에 포함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대책이 잘 이행됐더라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경찰도 2019년 범죄예방 시설 우수 원룸 인증제를 시행했다. 경찰은 각 원룸의 CCTV와 방범창 설치 여부 등을 평가해 충족 요건을 통과한 원룸에 경찰서장 명의의 인증을 제공했다. 하지만 부산에서 이 인증을 받은 14곳 중 대연동 원룸은 한 곳도 없다.

박혜랑·탁경륜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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