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 한심” “돈 선거” … 부산·서울 보선판 ‘실언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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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지난달 29일 부산 중구 부평시장에서 부산시장 보궐선거 경선에 나선 김영춘, 박인영, 변성완 예비후보들과 함께 “부산 어묵 최고”를 외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4월 부산·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여야에 ‘설화(舌禍) 주의보’가 내려졌다. 선거 열기가 점차 달아오르면서 여야 양쪽에서 정제되지 않은 실언들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총선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이 여당의 일방 우세이던 선거판을 뒤흔들어 놓았던 것처럼 시민들의 ‘역린’을 건드리는 실언은 판세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내년 대선 전초전 성격인 이번 보선의 중요성 때문에 여야 지도부가 수시로 선거 현장을 방문하는 일정을 잡고 있어 실언 방지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의 ‘부산시민 한심’ 발언에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박 의원은 이낙연 대표 등 중앙당 지도부가 총출동한 부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부산에 계신 분들은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 TV조선, 채널A를 너무 많이 보셔서, 어떻게 나라 걱정만 하고 계시는지 한심스럽다”고 말해 시민들을 비하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박 의원은 곧바로 “정제되지 못한 발언을 했다. 사죄드린다”고 머리를 숙였지만, 여권의 가덕신공항 공세로 수세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계기로 반격의 고삐를 세게 죄는 모습이다.

박재호 발언, 야당에 반격 빌미
이언주, ‘내부총질 발언’ 논란
정제되지 못한 말 판세 치명적
말실수 방지 최대 현안으로 부상

부산시장 선거에 나선 국민의힘 박형준 예비후보는 “정부의 실정이 일부 언론 탓이고, 그것을 믿는 시민이 문제라는 오만한 생각은 이 정권 사람들의 집단의식인 듯하다”고 지적했고, 박민식 예비후보는 “부산시민에 대한 모독이고 오만방자한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박성훈 예비후보도 페이스북 글에서 “박 의원 이야기를 들어 보니 가덕신공항도 앞날이 암울하다”며 “선거철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찔끔찔끔 예산 몇 푼 던져주면서 생색만 낼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여기에 중앙당의 배준영 대변인은 지난해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부산을 “초라한 도시”라고 언급한 것까지 거론하며 “이런 민주당에 부산시정을 다시는 맡겨서는 안 된다”고 성토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당 지도부가 연일 부산을 찾아 총력전을 펼치는데, 박 의원의 경솔한 발언이 반격의 빌미를 줬다”며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반대로 민주당은 국민의힘 이언주 부산시장 예비후보의 ‘돈 선거’ 발언을 문제삼고 있다. 이 예비후보는 지난 28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광역단체장 선거를 제대로 치르려면 한 달에 족히 수억 원씩 들어가 불법 자금을 받아서 써야 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자치단체장 되기도 전에 후보자는 정치적 빚을 지게 되고, 그렇게 얽힌 이해관계와 채권·채무관계가 좋게 말해 선거조직”이라고 개탄했다. 현재 부산시장 경선 캠프에 불법 자금이 판을 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발언이다.

당장 민주당 부산시당은 “국민의힘 내부에 불법 자금으로 돈선거가 벌어지고 있다는 의혹을 사게 하는 부분”이라며 선관위 등의 진상조사를 촉구했고, 최인호 수석대변인도 “이 예비후보는 수사를 의뢰하라”면서 “사실이 아니라면 국민의힘은 이 후보를 허위사실을 주장한 해당 행위로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공세를 취했다. 이 예비후보는 “정치개혁을 하자는 발언을 민주당이 곡해하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국민의힘 예비후보 측에서도 “이 예비후보의 발언은 현실과 전혀 맞지 않다”며 “자기 정치를 위해서 근거도 없이 자당 후보에까지 ‘내부 총질’을 한 것”이라고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당 예비후보인 오세훈 전 시장을 연이어 비판한 민주당 고민정 의원을 향해 “조선시대 후궁이 왕자를 낳아도 이런 대우는 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성차별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고 의원으로부터 모욕죄로 고소당한 조 의원은 해당 발언을 사과했지만, 민주당은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오세훈 전 시장은 지난달 27일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지난 총선에서 고 의원에게 패배한 서울 광진을 지역을 언급하면서 “양꼬치 거리에 조선족 귀화한 분들 몇만 명이 산다”며 “이분들이 90% 이상 친 민주당 성향”이라고 주장해 혐오 발언 논란에 휩싸였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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