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숨죽인 함양 도의원 보선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류영신 지역사회부 서부경남팀

오는 4월 7일은 전국적으로 재·보궐선거가 있는 날이다.

이번에 경남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곳은 의령·함양·고성·함안군, 4곳이다. 의령에서는 군수 보궐선거가 있고, 고성과 함양에선 경남도의원을 선출한다. 함안에서는 군의원 1명을 뽑는다.

현재 함양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선 선거 열기가 차츰 달아오르고 있다. 예비 후보들도 속속 등록해 자신을 알리는 선거운동에 나서 표밭을 다지고 있다. 하지만 함양에서는 아직 단 1명도 예비후보 등록이 없다. 선거 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사람조차도 없다.

이번 함양군 보궐선거는 불의의 사고로 숨진 고 임재구(국민의힘·61) 의원의 공석으로 치러지게 됐다. 임 의원은 지난해 12월 26일 오토바이 전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사고였던 탓에 함양군 보선 분위기가 다른 곳에 비해 조용할 수밖에 없는 배경은 이해가 간다. 임 의원의 사고와 예기치 못한 부재가 지역민의 마음 속에 아직 남아 있는 것이다. 함양에는 이웃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남의 불행을 가만히 지켜보지 않는 선비정신이 남아 있다.

함양의 선비정신은 일두 정여창 선생에게서 엿볼 수 있다. 정 선생은 문과 별시에 급제하고 예문관 검열과 세자 시강원 설서를 지냈다. 세자 연산군과 뜻이 맞지 않아 시강원 설서를 사직하고 1492년 안음(현 함양군 안의면) 현감으로 부임해 선정을 베풀었다. 평생 강직한 성품으로 실천하는 윤리를 강조했다.

이러한 정여창 선생을 제향하는 곳이 남계서원이다. 남계서원은 함양군 수동면 원평리에 자리잡고 있다. 서원 앞에 흐르는 냇물 이름을 따 ‘남계’라 지었다. 남계서원은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지방 관리로서 성리학의 가치를 몸소 실천하고, 후학을 기르는 데도 힘을 쏟았던 정여창 선생의 기품이 남아 있는 선비의 고장 함양. 이제는 다시 코로나19로 더 힘겨워진 주민 삶을 돌보려는 후보들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을까, 함양군민들은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ysryu@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