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섬마을에 동남아산 플라스틱 쓰레기까지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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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RCE 시민교육위 위원들이 연대도에서 수거한 쓰레기를 분석하고 있다. 통영RCE 제공

“이놈들은 국경도 없나 봐요. 북서계절풍이 부는 겨울엔 주로 중국산이 떠밀려 오고, 여름엔 태풍을 타고 오는 일본산이 많아요. 최근엔 인도네시아, 베트남산까지 드문드문 발견됩니다.”

이상동 경남 통영시 연대도 이장은 “철마다 해안가에 쌓이는 이놈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이장이 말한 이놈들, 바로 ‘해양 쓰레기’다. 쪽빛 바다를 수놓은 보석 같은 경남 통영의 섬이 국경을 초월하는 다국적 해양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통영시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
연대도 쓰레기 모니터링 결과
해양 쓰레기 대부분은 플라스틱
해류 타고 온 중국·일본산 주종


통영시 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이사장 박은경, 통영RCE)은 2019년부터 2년간 통영 연대도에서 진행한 ‘섬 쓰레기 모니터링’을 토대로 국내외 해양 쓰레기 현황을 분석한 ‘통영 섬 쓰레기 모니터링 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앞서 통영RCE 7기 시민교육위원회(위원장 김상현)는 ‘섬 쓰레기 조사’를 주요 의제로 설정하고 대상지로 ‘연대도’를 낙점했다. 이후 5차례((2019년 4·7·10월, 2020년 6·9월)에 걸친 현장 조사와 재질과 발생 원인, 종류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국내 쓰레기의 경우 지난해 9월 5차 조사에서만 스티로폼 58개, 고철 29개, 천 22개, 비닐 23개, 유리 8개, 기타 플라스틱 199개 등 총 399개가 확인됐다. 발생 원인별로는 과자·라면 봉지, 신발, 생수·음료수 병, 막걸리·소주 병, 샴푸·주방세제, 휴대용 부탄가스 등 생활쓰레기가 가장 많았다. 이어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어망 부표, 스티로폼 부이로 집계됐다.

해외 쓰레기는 주로 중국과 일본산이었다. 또 7~9월 태풍이 지나간 이후에는 태풍 동선에 위치한 타이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산 쓰레기까지 몰려 왔다.

위원회는 해외 해양 쓰레기의 계절별 차이가 뚜렷해 태풍과 해류를 통해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부분 플라스틱 재질로 썩지 않는 데다, 5mm 미만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 바다 생태계는 파괴는 물론 먹이 사슬을 타고 인체에도 축적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육지에서 플라스틱 제품을 줄이면 해양쓰레기도 상당량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게 위원회의 설명이다. 박은경 통영RCE 이사장은 “늘어나는 해양 쓰레기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이번 보고서는 다국적 해양 쓰레기의 실태를 확인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쓰레기에는 국경이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만큼 통영RCE가 참여하는 세계 네트워크가 공동 대응에 나서도록 공론화해 나가기로 했다. 김상현 위원장은 “쓰레기 대부분이 ‘플라스틱’ 쓰레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역 시민단체와 공공기관이 함께 하는 ‘통블러(텀블러 사용)’, ‘1회용품 줄이기’ 등 캠페인으로도 해양 쓰레기가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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