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와 롯데, 2년 뒤 ‘아름다운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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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왼쪽)와 이석환 롯데 자이언츠 대표가 29일 FA계약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구단의 프랜차이즈 스타 이대호의 동행이 2년 더 이어진다.

지난달 29일 롯데 구단과 이대호측은 자유계약선수(FA) 협상을 마무리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이대호 선수와 계약 기간 2년, 총액 26억 원(계약금 8억 원, 연봉 8억 원, 우승 옵션 매년 1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2년 총액 26억 원’에 FA 계약
‘우승 옵션 매년 1억 원’ 포함
그룹 차원 결단에 협상 급물살
신세계와 ‘유통 대전’ 영향 평가
경력 예우 현역 마무리 수순
이 “2년 내 KS 우승한 뒤 은퇴”

구단은 이대호가 해외 진출 시기를 제외하면 줄곧 한 팀에서만 활약했고, 핵심 선수로 팀에 기여한 부분을 높게 평가했다. 롯데는 이대호의 경력을 예우하는 뜻이 담긴 이번 계약을 통해 현역 생활 마지막 시기를 순조롭게 마무리하도록 도울 예정이다.

그동안 롯데와 이대호는 계약 기준과 조건을 두고 이견을 보여 협상이 장기전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노쇠화가 시작된 이대호의 경기력과 프랜차이즈 스타의 상징성 사이의 시각 차이가 컸던 것이다. 이대호는 한 유튜브 인터뷰에 출연해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와 OPS(출루율+장타율) 등 세이버 메트릭스 통계 지표를 강조하는 롯데 구단의 선수 평가 기준에 불만감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야구계에서는 1월 내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스프링 캠프에 지각 합류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 롯데 구단이 최근 발표한 스프링 캠프 명단에 이대호의 이름이 빠져 협상이 2월까지 이어질 것을 암시했다.

지루한 줄다리기를 반복하던 FA 협상은 롯데 그룹에서 직접 팔을 걷어 붙이면서 급물살을 탔다. 최근 구단은 경영 자금 50억 원을 차입할 정도로 살림이 팍팍한 상황이지만, 그룹이 지원하면서 힘을 얻은 것이다.

이를 두고 야구계 일각에서는 신세계의 SK 와이번스 인수가 자극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신세계그룹은 전격적으로 SK 구단을 인수하면 프로야구계에 뛰어들었다.

유통 라이벌인 신세계의 광폭 행보로 시선은 자연스럽게 롯데 쪽으로 쏠렸다. 과거 SK와 KT의 ‘이동통신사 대전’과 같이 올 시즌 프로야구가 개막하면 롯데와 신세계 야구단의 ‘유통 대전’은 큰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신세계는 돔구장 건설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심지어 신세계가 지명권을 가진 추신수의 영입 가능성까지 솔솔 흘러나오며 롯데가 ‘강 건너 불 구경’ 하기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진 셈이다.

계약을 마친 이대호는 1일부터 사직야구장에서 진행되는 2021년 스프링캠프에 합류한다. 2001년 2차 1라운드로 입단한 이대호는 15시즌 동안 통산 1715경기에 나서 타율 0.309, 332홈런, 1243타점을 기록했다.

이대호는 “좋은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좋은 조건으로 계약하게 돼 구단에 정말 감사하다”며 “2년 내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뒤 현역 은퇴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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