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필사즉생 의지 가진 글로벌 해양리더 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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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오는 4월 부산시장과 서울시장이 보궐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자치 단체장 등을 뽑는 지방선거가 있다. 누구를 뽑을 것인가? 해답은 역사에 있다.

세계 역사의 주요국은 바다를 중시한 지도자와 해양 책략가가 힘을 합쳤을 때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다. 포르투갈의 항해왕 엔히크 왕자와 바스쿠 다가마는 인도항로를 개척해 자국을 세계 강국으로 등장시켰다. 스페인의 이사벨 여왕은 콜럼버스와 힘을 합쳐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다. 영국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월터 롤리 경과 호킨스, 드레이크 선장과 함께 세계 패권국의 기틀을 다졌다. 프랑스 태양왕 루이 14세는 장 바티스트 콜베르 재상과 함께 프랑스를 오늘날 세계 최대 해양영토 국가로 만들었다. 미국 테오도르 루스벨트 26대 대통령은 마한 제독과 더불어 파나마 운하를 건설하고 해군을 강화해 하와이를 합병하는 등 오늘의 미국 영토를 만들었다.

바다 중시한 지도자가 강국 만들어
부산은 임진왜란 직전의 위기 상황
대규모 현안 해결 가능한 시장 필요
이순신 같은 각오로 능력 발휘해야

이에 반해 아편전쟁에 실패한 중국은 이후 100년 동안 치욕의 역사를 겪었다. 이를 만회하고자 장쩌민은 해양법 책을 탐독하였고, 후진타오는 해양대국을 천명하였으며, 시진핑은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로 세계를 지배하고픈 중국몽을 실현 중이다. 일본의 메이지 천황과 사카모토 료마는 강한 해군 등을 골자로 한 선중팔책(船中八策)으로 동양의 패권국으로 등장했으며, 이 뿌리는 얼마 전까지 총리를 지낸 아베 신조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당장 4·7 부산시장 보선을 앞둔 부산 상황은 임진왜란의 전운이 감도는 400여 년 전 상황을 연상시킨다. 1582년 12월 병조판서에 임명된 율곡 이이는 4개월 후 지금의 국무회의 격인 경연 석상에서 일본의 침략에 대비한 10만 양병론을 외친다. <징비록>의 저자이며 임진란 중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도운 유성룡마저 이를 반대하였다. 마침내 10년 후인 1592년 4월 13일 부산 앞바다를 가득 메운 왜선이 이 땅에 상륙하고 왜군은 7년간 조선을 마음껏 유린하였다.

현재 부산은 임진왜란 발발 10년 전 상황과 유사하다. 왜군 대신 ‘서인부대’가 침범할 우려가 크다. 서인부대는 인구 감소로 서울-부산-대구-인천 순의 전통적인 인구가 서울-인천-부산-대구 순으로 변하는 것을 빗댄 말이다. 부산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잃어버렸다. 부산 소재 대학생의 80%가 학업과 취업 기회를 위해 수도권으로 떠난다.

10년 후의 전쟁을 대비하는 10만 양병론은 현재 부산으로 치면 제2 신항과 가덕신공항 건설, 북항재개발 사업, 2030 월드엑스포 유치 등이 해당한다. 올해와 내년에 대부분 결정될 이 프로젝트는 10년 후 부산이 글로벌 해양도시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이대로 소멸하느냐의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 이들 프로젝트는 단독으로 추진되기보다 전체가 함께 추진되어야 부산을 살리게 된다. 세계 해양사와 글로벌 해양 거점도시들을 조금만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부산은 세계 최고의 해양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다 갖추고 있다. 그런데 부산에서 배출된 3명의 대통령에 버금가는 부산시장을 선출한 기억이 없다. 말로만 해양수도라 외쳤지 인력과 예산에서 다른 지역보다 쪼그라든 결정으로 늘 실망감만 안겼다.

400여 년 전 4월 13일 부산이 왜군에 유린당한 것처럼 4·7 보선에서 우리의 잘못된 선택은 또다시 시민을 도탄에 빠뜨릴 것이다.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필사즉생(必死卽生)의 의지를 가진 글로벌 해양리더를 뽑아야 한다. 시장 후보들이 이순신과 같은 각오로 부산 살리기에 임하는가를 판단하자. 이순신의 23전 23승은 철저한 준비, 상대 전략과 전력에 대한 예리한 분석, 군사와 백성을 아끼고 보살피는 포용력, 혹독한 훈련과 엄정한 군기, 내불남로(내가 하면 불륜, 남이 하면 로맨스)의 극기심에 바탕하였다.

또한 유권자들은 시장 후보들이 모든 일을 국제 감각과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혁신성을 갖고 실행하는 준비된 지도자인지 살펴보자. 20~30년 후 지방의 30%가 소멸할 수 있는 우리나라 현실을 직시하고 부산이 죽으면 대한민국이 죽는다는 점을 설득할 수 있는 후보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부산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국내외 대기업을 유치하며, 서울과 대전 중심의 벤처 창업 생태계를 부산에도 안착시킬 수 있는 시장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후보들이 공급자 위주의 대학 교육을 뿌리째 혁신해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버금가는 경쟁력 있는 체제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이 부산에 오고 싶도록 교육과 의료, 환경, 문화 등 여러 분야의 대변혁을 성공시킬 수 있는 시장이 선출되기를 바란다. 능력 없이 자리만 탐하는 원균이 아니라, 누가 제2의 이순신인지 눈을 부릅뜨고 잘 살펴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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