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같이 찾아온 기회… ‘사즉생’의 각오로 연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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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소문’ 조병규

조병규는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 데뷔 후 처음 주연을 맡았다. OCN 제공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산다’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이 말을 배우 조병규(25)는 마음에 품고 산다. 한산도 대첩을 앞둔 충무공의 결의처럼 조병규는 연기할 때 ‘사즉생’의 각오로 뛰어든다고 했다. 코로나19 여파에 온라인 화상으로 만난 조병규는 “작품의 주연을 맡는 기적 같은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이를 악물고 살고 있다”고 입을 뗐다.

조병규는 최근 종영한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 주인공 ‘소문’을 맡아 섬세한 감정 연기를 보여줬다. OCN 역대 최고 시청률인 11%를 기록한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매회 화제가 됐다. 드라마의 탄탄한 서사에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져 빛을 발한 덕분이다. 조병규는 극의 중심에서 안정적인 연기로 캐릭터 간 균형을 단단히 잡아줘 호평을 받았다. 조병규는 “매 순간 불안에 떨면서 연기했다”며 “데뷔해서 한 번도 제가 주인공을 할 거란 상상을 해 본 적 없다. 내게 찾아온 이 기적 같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싶다”고 말했다.

인물의 아픔 이해하기 위해
2주간 지팡이 짚는 체험 하며
다리 절뚝거리는 ‘소문’ 연기


조병규는 이번 작품으로 첫 브라운관 주연에 도전했다. 그는 극 중 눈물 많은 울보 악귀 사냥꾼 ‘소문’을 연기했다. 전작인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반항기 넘치는 고등학생이나 ‘스토브리그’ 속 허술한 막내 직원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고교생인 소문은 어릴 때 당한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다쳐 절뚝거린다. 조병규는 다리가 불편한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그리기 위해 지난해 여름 2주간 지팡이를 짚고 다녔단다. 그는 “인물의 아픔을 이해하고 싶었다”며 “불편한 걸음걸이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도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 번은 지나가던 할머니가 안쓰러워하시면서 ‘어쩌다 다리가 이렇게 됐냐’고 하셨어요. 소문이는 이런 말을 매번 들으면서 자랐겠구나 싶었죠. 어떤 아픔을 갖고 살아갈지 어렴풋이 알겠더라고요.”

그렇게 캐릭터 연구에 매달린 그는 체중을 13kg 감량했다. 날렵하고 마른 느낌의 캐릭터에 때론 유약해 보이는 지점이 있어야 해서다. 조병규는 “운동을 하고 영양제를 먹으면서 체중을 조절했다. 확실히 액션 장면을 찍을 때 몸이 빨라지고 점프력이 좋아지더라”고 웃었다. 성장 과정에 있는 고등학생의 감정도 섬세하게 표현했다. 그는 “사실적인 것과 판타지의 조화가 잘 이뤄지게 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소문이의 심리를 최대한 이해하고 오글거리지 않게 표현하려고 심혈을 기울였다”고 귀띔했다. “이번 작품은 앞으로 배우 생활을 하면서 지치고 외롭고 무너지는 순간이 있으면 절 일으켜줄 것 같아요. 소문이를 연기하면서 많은 힘을 받았거든요.”

‘경이로운 소문’으로 안방극장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찍은 조병규는 3일 스크린 관객을 찾는다. 그가 주연으로 나선 영화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를 들고서다. 흥미롭게도 그의 차기작인 이 작품 역시 판타지 장르다. 조병규는 “지난해 여름에 3일 정도 걸쳐 촬영한 영화인데 극장에 걸리는 게 기적 같다”며 “따뜻한 시선으로 영화를 봐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이 영화에서 그는 성격이 화끈한 태권도 전 국가대표 도건태를 맡아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극의 몰입도를 한껏 높인다.

2015년 드라마 ‘후아유’로 데뷔한 조병규는 지난 6년 동안 80여 작품에 쉬지 않고 출연했다. 드라마와 독립영화, 상업영화, 연극 등 장르와 배역을 가리지 않고 도전해 연기 내공을 쌓았다. 데뷔 5년 만에 당당히 주연을 꿰차고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고 있지만, 조병규는 여전히 불안하다고 했다. “배우는 늘 선택받아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오래오래 연기 활동을 하고 싶어요.(웃음)” 남유정 기자 honey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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