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게임스톱 대전’… 개미 군단이 공매도 공룡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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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에 대항해 게임스톱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미국 뉴욕의 게임스톱 매장. 로이터연합뉴스

3월 재개를 앞둔 공매도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공매도 세력에 맞선 미국 개미들의 반란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개미들은 주가가 하락해야 이익을 보는 공매도 세력에 대항해 일부러 해당 주식을 사들임으로써 주가를 올렸다. 결과는 공매도 세력의 항복 선언으로 일단락됐지만, 그 여파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락 배팅 공매도 세력에 대항
개인 투자자들 집중 매수 나서
국내 서학 개미들도 대거 동참
주가 10달러대서 300달러대로
일부 헤지펀드 계약 종료 ‘항복’
대부분은 버티기 ‘전쟁 진행 중’


■‘공매도 대첩’의 전장 ‘게임스톱’

지난달 말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주식정보 공유 게시판 ‘월스트릿벳츠(WSB)’는 월가의 헤지펀드에 대한 ‘결사항전’의 의지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WSB에서 활동하는 개미투자자들은 ‘게임스톱’이라는 종목의 하락에 배팅한 공매도 헤지펀드에 맞서 해당 주식을 집중 매수했다.

게임스톱은 전 세계에 약 6000여 개의 매장을 두고 비디오 게임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오프라인 게임 소매상. 하지만 온라인 게임 시장이 커지며 적자가 이어졌다. 그리고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고 판단한 헤지펀드가 공매도에 나서자, WSB를 중심으로 뭉친 개미들은 공매도 세력과의 일전을 선포했다. 개미들은 현물 주식뿐 아니라 파생상품시장에서 콜옵션(만기일 이전에 미리 행사한 가격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권리)까지 매집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올해 초 10달러 대인 주가는 지난달 27일 347.51달러까지 치솟았다.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미리 매도한(혹은 주식을 빌려 매도함으로써 주가를 더욱 하락시키려 한) 공매도 세력들은, 오히려 주가가 치솟으면서 큰 손해를 볼 상황에 처했다. 지난달 27일 헤지펀드인 멜빈캐피털은 게임스톱으로 37억 달러(4조 1325억 원)가 넘는 손실을 내고 공매도 계약을 종료했다. 주가가 더 오르기 전 손실을 줄이기 위해 빚낸 주식을 사들여 되갚음한 것이다. 개미가 거대 헤지펀드를 굴복시킨 월가 초유의 사건인 셈이다.



■서학 개미들도 대전에 동참

바다 건너 미국 개미들의 분전 소식을 접한 국내 서학 개미들도 대전에 대거 동참했다. 게임스톱에 대한 서학 개미들의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게임스톱은 테슬라에 이어 해외 주식 거래량 2위의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예탁원을 통한 게임스톱 주식 결제액(매수+매도)은 1억 274만 달러(약 1146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인 27일 결제액(789만 달러)의 약 13배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종목별 결제액 순위도 27일 40위에서 28일 2위로 급상승했다. 이날 매수 금액은 5222만 달러, 매도 금액은 5052만 달러로 171만 달러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게임스톱은 지난달 27일 하루에만 134.8% 폭등한 데 이어 28일에도 장중 한때 39% 뛰어오른 483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미국 개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와 여러 증권사가 과도한 변동성을 이유로 게임스톱 주식 거래를 일부 제한하면서 주가가 급락, 전날보다 44.3% 떨어진 193.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증권사들이 게임스톱 거래를 제한하는 과정에서 이와 연계된 일부 국내 증권사들도 게임스톱 거래에 차질을 겪기도 했다. 한편 급등락을 되풀이한 게임스톱은 주말을 앞둔 지난달 29일 다시 325달러까지 폭등하며 격전의 일주일을 마무리했다.



■끝나지 않은 ‘공매도 대전’

게임스톱 주식을 대량 공매도한 일부 헤지펀드가 손을 털고 나오면서 개미와 세력간의 ‘공매도 대전’은 개미들의 승리로 일단락된 듯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작은 전투에서의 승리일 뿐, 여전히 전쟁은 진행 중이다. 게임스톱의 공매도에 참여했던 세력 중 대부분은 천문학적인 손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버티기 중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금융정보 분석업체 S3파트너스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게임스톱 공매도 주식 총액이 112억 달러(약 12조 50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총액 기준으로 게임스톱은 미국에서 투자자들이 테슬라, 애플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공매도한 주식이다.

한편 지난 7일간 게임스톱 주식에 대한 공매도는 불과 8%(500만 달러) 정도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개미들의 집중 매수로 주가가 치솟자 멜빈캐피털 등 몇몇 헤지펀드가 비싼 주식을 매수해 빚을 갚고 백기투항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공매도 세력은 굳건히 버티고 있다는 의미다. S3파트너스의 이호 두사니스키 이사는 “대부분의 게임스톱 공매도가 청산됐다는 말이 들리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데이터에 따르면 전체 공매도 주식은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개미들, 새로운 반란 예고

이번 공매도 대전은 단순히 게임스톱이라는 한 종목에만 영향을 준 것이 아니다. 막대한 손실을 본 헤지펀드가 현금을 확보하고 주식 비중을 낮추기 위해 보유 주식을 내다 팔면서 전체 시장이 출렁였다. 미국 증시뿐만 아니라 기타 여러나라의 증시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2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3.30% 하락한 2976.21에 거래를 마치며 17거래일 만에 3000선이 무너졌다. 일본 닛케이(-1.89%)와 대만 가권(-1.8%) 지수도 모두 하락했다.

시장의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개미들이 헤지펀드와의 전쟁을 멈출 기미가 없어 보이기 때문. 개미들은 이미 게임스톡을 넘어 또다른 전장을 찾아 나선 모양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9일 미국 개미의 ‘사자’세에 핀란드의 휴대폰업체 노키아, 독일의 제약업체 에보텍, 영국의 출판업체 피어슨, 폴란드의 유명 게임제작사인 CD 프로젝트 등의 주가가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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