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점·개점휴업… 북적이던 운봉로엔 적막만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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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문 닫은 동부산대 가 보니

부산 해운대구 동부산대가 지난해 8월 31일 폐교한 후 학교 앞 상점을 찾는 고객이 거의 없어 한산하다. 오른쪽은 게시물이 정리된 교내 게시판 모습. 강선배 ·이우영 기자 ksun@

지난달 28일 오전 11시 50분께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 옛 동부산대학 정문 앞. 지난해 8월 31일 강제 폐교 전까지 대학가로 불리던 운봉로는 그야말로 ‘적막강산’이었다. 학생이 떠난 거리에는 드문드문 동네 주민만 오갈 뿐이었다.

동부산대 강제 폐교 이후 150일. 활기를 잃은 운봉로는 대낮에도 식당이 문을 걸어 잠근 상태였다. 학교 정문 건너편 분식집은 파란 셔터가 내려져 있었고, 정식을 팔던 식당은 철문을 굳게 닫았다.

식당에 안내된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니 사장인 김 모(50·여) 씨가 받았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 가게를 정리했다고 답했다. 그는 “3년 정도 장사를 했는데 예전에는 예약 손님이 많을 정도로 괜찮았다”며 “코로나19가 시작된 데다 학교까지 문을 닫으면서 폐업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강제폐교 150일… 활기 잃어
거리 식당 7곳 중 4곳 문 닫아
학교 건물마다 ‘출금’ 경고문만
학령인구↓, 타 대학 타산지석

동부산대 재학생은 한때 2000명에 달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재학생 444명과 휴학생 317명마저 운봉로에 발길을 끊었다. 운봉로 인근 상권은 이날 정오에도 음식점 7곳 중 4곳이 문을 열지 않았다. 그나마 문을 연 식당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테이크아웃 커피점’ 간판을 내건 한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무실이 차려져 있었다. 사무실에 있던 40대 중반 남성은 “지난해 8월 현장사무실로 사용하러 이곳을 빌렸다. 카페는 이미 들어올 때부터 장사를 그만둔 상태였다”고 전했다.

학교 안으로 들어서니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는 더했다. 학생 게시판에 대자보 한 장 붙어있지 않았다. 학교 건물 입구마다 출입을 금지한다는 경고문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건물 안팎을 오가는 사람이 단 1명도 보이지 않았고, 대학본부 앞에 주차된 차량 10대가량만 눈에 띌 뿐이었다.

옛 동부산대 학교법인인 ‘설봉학원’은 아직 학교 건물과 부지 활용 방안을 세우지 않았다. 심지어 학생 38명은 아직 등록금도 반환받지 못한 상태다. 설봉학원 김인철 법인사무국장은 “학교 건물과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논의를 해야 한다. 등록금 반환을 위해 다른 재산 매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학교 측이 명확한 계획을 알리지 않자 주변 상권 역시 큰 기대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왕년 대학가’ 운봉로의 침체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운봉로에서 15년 동안 문구점을 운영한 손 모(65·여) 씨는 “폐교 이후 학교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어 조만간 폐업할 예정이다. 인근에 중학교가 있어 재고라도 팔릴까 하는 마음에 신학기까지는 영업을 하려 한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손 씨와 문구점에 있던 지인들은 “학생이 많을 때는 졸업식이나 축제 때마다 운봉로 거리가 가득 차 들썩거리기도 했는데…”라고 회상했다.

동부산대는 도시철도에서도 그 흔적이 지워지고 있다. 부산교통공사는 1월 1일부터 ‘동부산대역’이던 역 명칭을 ‘윗반송역’으로 바꿨다. 폐교한 학교 이름이 역명이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 탓이다. 일부 표지판이나 외벽 등에는 아직 동부산대 명칭이 남아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2월부터 본격적인 교체 작업이 시작된다.

강제 폐교로 쓸쓸하게 사라지는 동부산대를 지역 대학들은 마냥 남의 일처럼 여기지 않는다. 올해 지역 대학가 전반에 학령인구 감소 여파가 더욱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해 11월 부산 A 전문대에 지원한 학생이 대기 번호 148번임에도 합격한 사례가 나오기도 한 상태다. 가뜩이나 줄어든 청년 인구가 더욱 감소할 수 있는 데다 대학가 상권 등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해 방성용 전문대학교협의회 홍보팀장은 “기존에는 고등학생 위주로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많은 성인 학습자가 들어올 수 있는 환경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며 “대학들도 현실적으로 필요한 전공만 놔두고 구조조정을 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등 다방면의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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