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 오징어 ‘실종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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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가 없다.” 최근 부산 서구 암남동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에서 나오는 탄식이다. 오징어는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 위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어종이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오징어 어획량이 줄어들고 있어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의 존폐마저 위협하고 있다.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의 위판, 운영을 맡고 있는 (주)부산수산물공판장에 따르면 2020년 오징어의 위판량은 6429t이다. 이는 2019년의 8393t의 76%수준에 그친다. 오징어가 주된 위판 품목인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으로서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셈이다.

지난해 위판량 전년의 76% 수준
전체 위판 70% 오징어, 타격 커
수온 변화로 서해로 많이 이동 탓
다른 품목 취급 중도매인 유치해야

부산수산물공판장은 지난해 748억 원의 위판액을 기록했다. 1100억 원 이상의 위판액을 기록할 때도 있었고, 2017년 ‘해양수산부 최우수 수산물 도매시장’의 영예를 얻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오징어의 위판이 줄면서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의 위상은 ‘과거의 영광’이 됐다.

문제는 이 상황이 더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오징어를 주로 잡는 대형기선저인망협동조합 관계자는 “수온 변화로 오징어가 동해뿐만 아니라 서해로도 많이 이동하고 있는 데다 중국어선들이 서해, 동해를 가리지 않고 조업하면서 오징어의 어획이 지금보다 더 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올해 대형기선저인망협동조합이 오징어를 잡는 어선 7척의 감척을 추진 중인데, 이 중 6척이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을 이용하던 어선이다. 6척이 계획대로 감척이 될 경우 200억 원 상당의 위판액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선망수협 소속 어선의 고등어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부산공동어시장에서 물량 소화가 어려울 경우에만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에서 일부 위판된다. 이 때문에 지난해 수준의 고등어 위판이 이뤄질 경우 물량이 넘어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부산공동어시장이 공영화된 후 현대화 공사가 진행될 경우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이 대체 위판장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현재의 물량 부족 문제가 잠시 해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부산공동어시장은 공영화에 대한 부산공동어시장 조합공동법인 소속 수협들의 입장 차이로 난항에 빠져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이 다양한 어종을 취급할 수 있도록 취급 품목의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는 오징어, 명태 등의 어종 외에는 잡어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아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을 찾는 어선들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부산수산물공판장 관계자는 “다양한 인센티브로 다른 지역의 어선과 많은 품목을 취급하는 중도매인들이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을 찾을 수 있도록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의 장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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