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일제 풀어야” vs 자영업자 “우리는 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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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로 부산 소매유통업계 전반에 매출 감소 등 위기가 덮쳤지만 그중 대형마트들의 위기감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신년 초는 전통적으로 명절, 신학기 등 특수가 이어지는 시기인데도 대형마트를 비롯한 소매유통업계는 올 1분기 경기가 암울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의무휴일제,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 해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은 “대형마트 규제를 풀면 위기의 자영업자들이 대거 고사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매유통업계, 1분기 전망 암울
코로나로 대형마트 기피 심해져
업체 “형평성 고려 규제 풀어야”

14일 부산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21년 부산 소매유통업 전망’에는 지역 소매유통업계의 위기감이 고스란히 담겼다.,

상의가 백화점, 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등 151개 지역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올 1분기 부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60’에 머물렀다. 이는 상의가 2002년 1분기 해당 조사를 시작한 이래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가장 낮았던 때는 코로나19 여파로 공포에 빠져들었던 지난해 2분기(50)였다. 이번 지수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그중 대형마트들의 경기 전망이 특히 암울했다. 대형마트들을 대상으로 한 전망지수는 불과 ‘36’에 그쳐 백화점(78) 편의점(64) 슈퍼마켓(62)에 비해 크게 낮았다. 이런 사정은 코로나19 영향이 시작된 지난해 2분기 이후 내내 지속됐다. 같은 조사에서 대형마트들의 전망지수는 2020년 2분기 ‘43’, 3분기 ‘30’, 4분기 ‘49’ 등으로 30~4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상의 관계자는 “대형 오프라인 매장이라는 대형마트 특성으로 인해 고객들이 더 기피하는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소매유통업계의 장기 침체는 규제 해제 요구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부산의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인 만큼 단순히 대기업이어서 규제해야 한다는 논리에서 벗어나 종합적이고 형평성을 고려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부산상의도 “지역 소매유통업이 올 상반기에는 매출 감소로, 하반기 들어서는 변화된 산업환경 적응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며 업계의 규제 완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도 응답 업체들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가장 시급한 규제 개선 사항’을 묻는 질문에 ‘의무휴일제’(41.7%)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이어 ‘영업시간 제한’(30.6%), ‘출점 제한’(22.2%), ‘대형마트 온라인쇼핑 배송 제한’(5.6%) 등도 해소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은 “위기가 아닌 곳이 없겠지만 자영업자들은 대형마트보다 훨씬 힘들다”며 규제 완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회장은 “대기업은 힘들다고 해도 온오프라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영업하지만 그렇지 못한 골목상권은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규제 해제는 수많은 자영업자 고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현실화할 경우 이들의 거대한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영한 기자 kim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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