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원, 민주주의 오점 남긴 트럼프에 ‘레드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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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소추안 하원 통과

미국 하원이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것은 미 역사상 가장 초당적인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열린 하원 본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표결에 부쳐져 찬성 232명, 반대 197명으로 가결됐다.

공화당 하원 서열 3위인 의원총회 의장 리즈 체니 하원의원을 비롯한 공화당 하원의원 10명이 찬성 대열에 합류한 점이 시선을 모은다. 현지 언론은 미 의회 역사상 대통령 탄핵 표결에서 여당으로부터 이처럼 많은 반란표가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 역사상 가장 초당적인 탄핵 표결인 셈이다.

여당 찬성표가 결과에 결정적
역사상 가장 ‘초당적 표결’ 평가
초유의 의회 난입 심각성 인식
당 지도부 개입 않은 것도 이유

지난 2019년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첫 번째 탄핵소추안을 하원에서 표결할 당시에는 공화당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유례없는 의회 폭동이라는 사안의 심각성이 반영되면서 10명에 달하는 탄핵 찬성표가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당 지도부 차원의 강제성 없이 표결을 개인에 맡긴 것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이기도 한 체니 의원을 위시해 존 캣코, 애덤 킨징어, 프레드 업턴 등 4명의 의원은 이미 탄핵소추안 하원 표결 전날부터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공개 선언한 바 있고, 실제 표결에서는 이들 4명 외에 6명이 추가로 찬성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지난 6일 발생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폭동 사건이 미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한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이며, 이를 선동한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란표에 추가로 합류한 톰 라이스 의원은 “나는 지난 4년간 트럼프 대통령을 무슨 일이 있어도 지지해왔지만 이번은 용서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발라다오 의원은 “내 앞의 사실만을 기초해 양심에 따라 행동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선동적 수사는 비미국적이고 혐오스러운, 분명한 탄핵대상”이라고 소리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두 번의 탄핵을 모두 이끈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탄핵소추안을 표결하는 이날 2019년 12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첫 번째 탄핵소추안이 하원에서 가결됐을 때와 똑같은 검은 원피스 정장을 입고 나왔다. 내란선동 혐의로 대통령 탄핵소추에 이른 미국의 현실에 경종을 울리는 듯한 엄숙한 분위기를 연출한 셈이다.

“미국의 대통령조차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초당적인 방식으로 보여줬다”고 평한 펠로시 하원의장은 “도널드 트럼프는 우리나라에 분명하고도 현존하는 위협”이라면서 “나는 슬프고 비통한 마음으로 서명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재임기간 두 번이나 탄핵 당한 대통령이 됐다.

재임 기간 하원으로부터 탄핵을 당한 대통령은 앤드루 존슨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있다. 이들은 상원에서 부결돼 대통령직을 유지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의회 의사당 폭력 사태를 재차 비난하며 사건 연루자들을 재판에 회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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