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부산타워, 그 씁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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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용두산공원은 1955년 1월 29일 대화재로 황폐해진다. 마침 그해 80회 생일을 맞은 이승만 대통령을 위해 당시 내무국은 용두산공원을 이승만의 호를 따 우남공원으로 명명하고 나무 3700여 그루로 기념숲을 조성한다. 용두산공원은 이후 성역이 된다. 1955년 12월엔 높이 12m의 거대한 충무공 동상이 세워지고, 이듬해엔 순국 장병을 기리는 충혼탑(1983년 중앙공원으로 옮겨진다)이 들어선다.

1960년대 산업화 바람을 타고 부산은 급성장한다. 인구가 150만에 육박하면서 1963년 1월 1일 국가재건최고회의 중심의 박정희 군사정부는 부산을 직할시로 승격한다. 부산은 더 이상 일제 식민도시가 아니라 대한민국 근대화의 상징 도시가 된다. 이후 박정희 대통령은 이를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며 당시만 해도 부산의 중심에 있던 용두산공원에 기념물을 세우고자 한다.

그 결과가 바로 부산타워다. 부산타워는 서울 남산타워보다 2년 정도 이른 1973년 11월 21일 준공된다. 무려 120m의 높이. 국내에서 그 전에는 없었던 높이의 타워 건축물이라 난공사일 수밖에 없었다. 당대 최고의 건축 기술과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됐다. 여하튼, 부산타워는 1970년대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표식이 됐다.

부산타워는 민족 정기를 내포한다. 타워가 들어선 곳이 일제 신사 자리고, 타워 꼭대기 전망대는 경주 불국사 다보탑의 보개(寶蓋)를 본뜬 것이다. 다보탑은 일제에 의해 해체되면서 일부 부속물이 강탈되는 등 나라 빼앗긴 설움을 간직한 문화재. 부산타워는 일제 강점의 아픈 기억을 극복하고 잃었던 민족정신을 되찾고자 한 소망을 반영했던 것이다.

부산타워는 그러나 세월에 따라 노후화됐다. 광안대교 등 다른 화려한 건축물이 생기면서 랜드마크로서 존재감도 줄어들었다. 부산시민보다는 외국인 관광객 등 외지인이 주로 찾는 한적한 시설로 인식됐다. 2014년 150억 원의 세금으로 시설을 재정비하면서 면모를 일신하려 했지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지난달 31일 부산타워가 문을 닫았다. 2017년부터 운영을 위탁받았던 CJ푸드빌이 운영권을 반납한 것이다. CJ푸드빌로서는 계약상 내년 7월까지 부산타워를 운영해야 하지만, 지속적인 관람객 감소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치자 견디지 못한 것이다. 부산관광공사는 재개장 방법을 찾겠다지만 당장은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부산 사람들, 어쩌면 오랜 추억의 명소 하나를 잃게 될지도 모르겠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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