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의 인사이트] 포스트 코로나 시대 '수도권 거리 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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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코로나19가 한국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팬데믹 발생 1년째다. 터널의 끝이 언제일지 아무도 모른다. 코로나19 백신을 제조한 미국 바이오 회사 모더나의 스테판 방셀 CEO는 “이 바이러스와 영원히 함께 살게 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재난이 일상화되는 불안감마저 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세상이 상식 밖으로 불확실해졌다는 점이다. 모두가 이 바이러스가 세상을 엄청나게 바꿀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인류는 이미 14세기 유럽 흑사병, 1918년 스페인 독감 이후로 세계 문명이 대전환되는 것을 경험했다.

흑사병 스페인독감 세계 문명 대전환
수도권에 인구 50%, 경제 70% 집중
코로나 사태 심화되면 국가 마비 우려
비대면 기술로 회의, 공간 개념 변화
문 대통령 신년사 '지역균형' 강조
지역 일자리 확보가 균형발전 핵심



기존의 경험을 깨는 예기치 못한 극단적 상황이 나타나 경제와 사회 등에 큰 파장을 불러오는 사건을 블랙스완(Black Swan·검은 백조)이라고 일컫는다. ‘미래를 기존의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함의를 담고 있다. 블랙스완처럼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팬데믹 사태가 대한민국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도시 봉쇄’의 위기 속에 서울 한 곳에 집중된 국가 운영 방식이 지속가능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상상하기 싫지만, 만약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거나, 지진이나 테러, 전쟁 등과 같은 상황이 발생해 서울이 셧다운 되면 대한민국이 멈춰 선다. 서울이 곧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시대에는 집중될수록 위험이 높아지는 세상으로 바뀌었다. 현재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50%, 경제의 70% 이상이 집중돼 있다. 우리나라 1000대 기업 본사의 74%가 서울권에 있다. 지난 1년 코로나 확진자로 인해 국회, 정부서울청사, 대학병원, 대기업이 멈춰 서는 것을 경험했다. 대응 방법은 ‘사회적 거리 두기’와 ‘위험의 분산’이다. 한국 사회에 신화처럼 각인된 ‘수도권 집중’이란 낡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할 수 있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금융 투자의 금과옥조다. 상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손실을 줄여 안정적인 수익을 내려는 이 투자 전략은 국가 운영에도 적용된다. ‘몰빵’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위험을 줄이고 안정적인 국가 운영을 위해서는 서울로의 집중을 줄이고, 분산을 통한 국토균형발전 전략이 필수적이다. 팬데믹 1년의 위기가 오히려 대한민국에는 집중에서 분산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기회다. ‘위험의 분산을 통한 국토의 지속 가능한 발전의 구현’이 국토균형발전의 첫 번째 이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 아마존, 네이버 등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들이 세계 곳곳에 데이터백업센터를 분산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해결책은 지역의 좋은 일자리 확보다. 일자리가 서울에 몰려 있으니 지난 5년간 7만 명의 부산 청년들이 ‘서울로’ 빠져나갔다. 우선, 법률상 명시돼 있는 수도권 공공기관 350여 곳의 조속한 지방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지역형 일자리를 활성화해 거점도시별로 강력한 메가시티 경제권을 형성하고, 혁신 성장을 통해 지역이 또 하나의 튼튼한 바구니가 되어야 한다. 부동산 문제는 '24번이나 효과 없는 투기 억제 정책'보다 서울에 밀집된 일자리를 지역으로 분산 배치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서울이 아니라 비수도권에 공급과 수요를 분산하는 균형발전이 답이다.

마침 기술적인 변화도 긍정적이다. 비대면 기술 발전에 따른 일터와 학교 등 공간 개념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줌으로 하는 화상회의, 연말 파티, 온라인 강의, 설날 차례까지…. 전국에 흩어져 있는 임원이나 기관장들이 이젠 만나지 않고, 줌으로 하는 비대면 회의가 당연해졌다. 일주일에 몇 번이고 KTX를 탈 필요도 없어져 기업이나 정부로서도 과다한 출장비와 시간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긴밀한 업무 협조라는 변명 아래 매주 금요일만 되면 지역 사무실을 비우고 본인 집이 있는 서울 강남으로 출장 갈 이유조차 사라졌다. 지역에 공장을 세워도, 공공기관을 이전하더라도 이젠 불편 없이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기술적 충분조건이 마련됐다는 이야기다.

올해는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되는 해다. 광역행정,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등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이 훨씬 중요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2021년 신년사에서 “한국판 뉴딜의 중점을 지역균형 뉴딜에 두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대규모·초광역 프로젝트를 신속하게 추진하고, 기존의 국가균형발전 계획과 시너지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균형발전의 실패는 정책의 문제가 아니다. 의지가 없었던 것이다. 대통령이 우물쭈물하지 말고 과감히 실행하면 될 일이다. 돌아갈 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달걀을 여러 튼튼한 바구니에 나눠 담는’ 국가 분산 투자, 국가균형발전 전략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새로운 표준)이다.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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