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열의 머니 talks] ‘그들만의 리그’ 공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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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금융팀장

봉이 김선달은 흘러가는 대동강물을 떠다 팔았다. 외국인과 기관은 가지고 있지도 않은 주식을 빌려다 팔았다. 어떤 것이 더 불공정한가? 봉이 김선달의 대동강물인가? 언뜻 그러해 보인다. 빌려서 팔고 다시 사서 되갚는게 어때서? 제 것도 아닌 강물을 파는 것보다야 백배 나아 보인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깊은 계곡 청정수를 떠다 곱게 병에 담아 판다면? 사서 마실지 어떨지는 몰라도, 거부감이 들진 않는다. 이제는 물도 사고 파는 시대다. 그러나 없는 주식을 빌려 파는 공매도에 대해선 거부감을 넘어 분기탱천하는 사람들이 많다.

공매도란 보유하지 않은 특정 주식의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그 주식을 빌려서 판 다음 가격이 하락하면 다시 주식을 사들여 갚는 것을 말한다. 가령 오늘 공매도로 A주식을 빌려 1만 원에 매도하고, 사흘 후 주가가 8000원으로 떨어졌다면 다시 주식을 사들여 갚은 방식이다. 그러면 2000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주가가 하락할 것 같아 판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팔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한다. 주가를 하락시키기 위한 공매도다. 그리고 하락한 만큼 이득을 챙긴다. 누가 봐도 장난치기 딱 좋은 시스템이다.

물론 순기능도 있다. 우선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도 주식시장에 적극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주식 과열을 막는다. 또한 공매도로 이뤄진 거래량만큼 주식시장의 유동성 확대로 이어진다. 주식시장의 유동성이 커질수록 주가는 더욱 적절한 가격을 찾을 수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올 3월 15일로 종료되는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의 기한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즉 3월 16일부터 다시 공매도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치면서 공매도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뜨겁다. 순기능과 역기능을 저울 양쪽에 올려 어느 쪽이 더 무거운지에 대해 갑론을박한다.

그러나 공매도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링 위에 올려 대결시키기 전에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외국인·기관에게만 활짝 열려 있는 공매도의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다.

공매도 주체의 99%가 외국인과 기관이다. 개미도 공매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단, 개인의 공매도는 대주(貸株)한도·대주기간·담보비율 등 조건이 매우 까다롭고 공매 가능금액도 극히 적어 전체 공매도의 1%의 비율도 차지하지 않는다. 이처럼 개인투자자에게만 높은 공매도 문턱을 외국인·기관의 수준으로 낮추는 제도적 개선이 없는 한, 아무리 공매도의 순기능이 크다 하더라도 개미들의 원성은 잦아들지 않을 테다.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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