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백신 딜레마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송무호 의학박사 동의의료원 슬관절센터장

2019년 독감백신을 맞은 65세 이상 접종자 중 일주일 안에 사망한 경우가 1500명에 이른다는 질병관리청의 발표가 있었다. 설령 피해자가 나와도 무서운 병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어 꼭 필요한 것이라면 그 정도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불안한 마음에 자료를 찾아보아도 어떤 것을 취하고 버려야 할지 판단하기가 난감하다.

라틴어로 독(毒)을 의미하는 바이러스가 일으킨 질환들로 인류는 많은 고통을 겪어왔고 의학의 발전과 함께 천연두, 소아마비 백신 등의 개발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백신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1976년 미국 뉴저지주의 육군 훈련소에서 한 병사가 돼지 독감으로 사망한 후 대유행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포드 대통령은 정치적 요인을 고려해 전 국민 대상 백신 접종을 실시했다. 접종 초기에 노인 3명이 사망하였으나 보건 당국에서는 기저 질환이 있는 노인의 사망으로 백신과는 무관하니 계속 접종할 것을 독려했지만 길랭바레 증후군(말초신경 염증으로 팔다리가 마비되고 약 5%는 심해져서 호흡마비로 사망) 사례가 500여 명이 생기고 그중 25명이 사망하자 결국 백신 접종을 중단했다. 백신에 들어가는 미량이지만 조심해야 할 독성물질(포름알데히드, 수은, 알루미늄)이 신경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결과였다.

199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병원에서 발생한 제시겔싱어의 사망 사고로 경제적 이득이 의학 연구에 영향을 끼치는 이익충돌 문제가 있다는 것이 널리 알려졌다. 그 이후 의학 문제를 논의할 땐 이익충돌 문제가 없는 비영리기관의 견해를 의사들은 가장 신뢰한다. 다행히도 그런 기관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으며 그 이름은 영국의 코크란 연합이다. 여기에서 의학계의 논쟁인 독감백신은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예방에 큰 효과가 없다는 리포트를 최근 발표했다. 독감 증상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200종이 넘는데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것은 그중 단 두 종류인 인플루엔자 A형과 B형이고, 이것이 독감을 일으키는 전체 바이러스군 중 차지하는 비율은 5%에 불과하다. 백신 미접종 시 고령자(65세 이상)의 독감 발생률은 6%인데 접종 시는 발생률이 2.4%로 떨어진다. 즉 백신을 맞아도 고작 3.6%의 독감 발생 빈도를 낮추는 효과밖에 없다. 혹자는 백신을 맞으면 병이 가볍게 지나간다고 하나 그런 보고는 어디에도 없으며 그것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 또한 불가능하니 요즘 인터넷 용어인 뇌피셜에 가깝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건강한 사람들은 문제가 없다. 2-3일 앓으면 그만이고 감염된 독감 바이러스에 항체가 생겨 평생 면역을 가지게 되니 오히려 더 건강해진다. 고령자는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여러 종류의 독감에 걸려보았을 것이기 때문에 이미 항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신체의 면역력이 약해진 만성질환을 가진 고령자가 아닌 이상 마스크 쓰기, 손 씻기, 충분한 수면, 동물성 식품 보다는 각종 영양분이 풍부한 현미 채소 과일 등의 식물성 식품으로 개인의 면역력을 높이는 기본적인 건강수칙을 잘 지키면 독감은 예방할 수 있다.

백신은 건강을 지키는 주요 방법의 하나이지 모든 걸 해결해줄 거라는 만능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고 그것에 대항하는 백신 또한 처음이다. 평균 10년의 백신 제조 기간이 불과 1년으로 단축되었기에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백신을 무조건 찬성하는 것도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한쪽으로 치우친 극단론이고 이성적인 판단은 아니다. 백신은 인류의 보건 향상을 위해 지대한 공을 해왔던 게 사실이지만 부작용 없는 약이 없듯이 백신도 드물지만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에 접종자의 현명한 판단을 필요로 한다. 백신, 맞을 것인가? 말 것인가?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