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시선으로 읽으면 ‘기다림의 간절함’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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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다립니다/표영민·잠산

기다림에는 간절함이 있다.

그림책 <나는 기다립니다> 속 주인공은 따뜻하게 안아줄 누군가를 기다린다. 다정한 목소리와 산책, 그와 함께할 둘만의 시간을 기다린다. 또 누군가를 지켜줄 수 있게 자신이 쑥쑥 자라기를 기다리는 책 속 주인공은 바로 강아지다.

떠난 주인 하염없이 기다리는 반려견
다비드 칼리 동명 그림책 오마주 작품

애견 샵에서 데려온 작고 귀여운 강아지는 사랑을 듬뿍 받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현실적인 문제가 생긴다. 강아지가 어질러놓은 집, 비가 오거나 피곤한 날도 산책을 하러 가자고 보채는 강아지, 개 짖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항의하는 이웃들, 산책길에 개 때문에 놀랐다고 화내는 사람 등 반려인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따르는 책임과 마주하게 된다.

2019년을 기준으로 전국에 등록된 반려견의 총 숫자는 209만 2163마리이다. 반려동물등록제 도입 이후 매년 새로 등록되는 반려견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동시에 유기 동물의 숫자도 꾸준히 증가한다. 2019년 한 해 동안 버려진 반려동물이 13만 5791마리이다. 구조·보호되지 못한 동물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훨씬 많을 것이다. 귀엽다고 집에 데려와 놓고는 귀찮다고 길에 내다 버린 반려동물 14만여 마리 중 24.8%는 자연사하고 21.8%는 안락사한다. 절반이 생명을 잃는다.

이 책은 다비드 칼리가 쓴 동명의 그림책 <나는 기다립니다>를 오마주한 작품이다. 표영민 작가는 '그림책은 예술이고 문학이며 전 연령이 즐기는 대중문화'라는 다비드 칼리의 말에서 창작의 동력을 얻었다. 표 작가는 "반려견 은비와 영원히 헤어지던 날, 은비에게 기다리라는 말을 너무 많이 했다는 걸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나는 기다립니다>를 강아지의 시선으로 다시 읽으면 간절함이 보인다. 나를 예뻐해 줄 때나 외면할 때나 반려견의 시선은 늘 사람을 향해 있다. 주인의 웃는 얼굴과 신나는 공놀이 시간을 기다리는 반려견에게 주어진 것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숨바꼭질 놀이. 떠나 버린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반려견의 모습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속 동화책 삽화 작업을 한 잠산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기다림의 순간을 만난다. 사람은 기다림을 선택할 수 있지만 반려견은 기다림을 선택할 수 없다. 일방적으로 기다림 속에 방치된다. 사랑스러운 반려견과 보낸 즐거운 시간에는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 가족으로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마음과 실천이 필요하다. 표영민 글·잠산 그림/길벗어린이/44쪽/1만 3000원. 오금아 기자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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