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수의과대학 신설’ 국감서 공식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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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가 수의과대학 신설을 추진한다. 20일 국정감사에서 차정인 총장의 공식 선언을 시작으로 본격 추진에 나서게 됐다.

차 총장은 20일 부산시교육청에서 열린 제382회 국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질병 연구와 대형가축질병 대처, 의생명과학 융합연구를 위해 산업동물에 특화된 동남권역 수의과학 학문 육성이 절실하다”면서 “특히 부산 지역은 국내 제1항만과 국제공항이 있어 전염병 예방과 검역 수요가 많은데도 지역 내 수의인력 양성 기관이 전무하고, 거점국립대 중 부산대만 유일하게 수의학과가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차 총장은 “부산대의 수의학과 신설을 위한 국회 차원의 지원을 요청한다”고 공식 제의했다.

차정인 총장 “국회 차원 지원을”
거점 국립대 중 부산대만 없어
인수공통전염병 관리 등 책임
공중보건 관련 인력 육성 필요

이에 대해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감염증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 거점국립대 중 부산대만 유일하게 수의대가 없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고, 차 총장은 “수의사업계가 기본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부산대 양산캠퍼스를 중심으로 의생명과학 연구가 이뤄지는 만큼 공동연구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조 의원은 “국회 차원에서도 살펴볼 테니 수의대 신설을 위해 부산대가 적극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수의과대학 설립은 올 2월 부산대 총장임용후보자 선거에 나섰던 차 총장의 주요 공약이기도 하다. 수의사는 반려동물 진료뿐 아니라 코로나, 조류독감, 사스(SARS) 등 동물 유래의 인수공통전염병 관리와 역학 연구, 예방, 방역, 검역을 모두 책임지고 있지만, 공중보건 관련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부산·경남의 경우 수산업 분야의 산업 비중을 볼 때 수생생물 어류질병 전문 수의사도 필요하다.

부산대는 이날 “임상 수의사 중 약 81%는 반려동물 진료를 담당하고 있고 소, 돼지, 닭, 수생생물 등 산업동물을 위한 수의사는 12%에 불과하다”면서 “이에 더해 노령화 문제도 심각해 산업동물 담당 수의사의 44%가 60대 이상인 반면 50대 21%, 40대 9%, 30대 4.5%에 불과해 빠른 육성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부산의 경우 인구 대비 동물병원 수가 전국 최하위 수준이라는 점, 산업동물이나 야생동물, 희귀동물을 치료할 수 있는 3차 진료서비스 기관인 수의대학병원이 없는 점 또한 부산대 수의대 설립 추진의 배경이 되고 있다. 



전국 10개 대학이 수의대를 개설하고 있으며, 건국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거점국립대학이다. 이들 대학의 입학 정원은 2020년 정원 내 기준 497명이다.

앞서 부산대는 2017년 자체적으로 ‘양산캠퍼스 활성화를 위한 수의학과 설립방안’ 용역을 시행했다. 올 5월 차 총장 취임 이후 ‘부산대 수의과대학 설립 준비 TF’가 구성됐다. 수의대 신설 후보지는 부산대 양산캠퍼스 또는 밀양캠퍼스가 유력하다.

이와 관련 수의사업계는 “한국은 이미 동물 숫자에 비해 수의사를 과잉 배출하는 나라다. 수의사 수급 방안이나 교육의 질적 개선 없이는 수의대 신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1989년 충북대 이후로 수의대 신설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2000년대 들어 여러 지역대학이 수의대 신설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이현정·이상배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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