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삭’에 쓰러진 수영강변 미술작품 “태풍 오면 재파손 우려” 재설치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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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수영강변에 설치된 프랑스 거장 니콜라스 쉐퍼가 만든 미술 작품 ‘LUX 10-Busan’. 부산일보DB

부산 수영강변에 설치된 해외 유명작가의 공공 미술작품이 지난달 지역에 큰 피해를 준 태풍 ‘마이삭’으로 인해 파손된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수영구에 따르면, 지난달 3일 태풍 마이삭이 한반도에 상륙하면서 부산 수영구 수영강변에 설치된 ‘LUX 10-Busan’이 파손됐다. 강한 바람으로 인해 작품이 완전히 인도 쪽으로 넘어가 부서졌다. 전문가 조사 결과 해당 작품의 손상이 심각해 다시 설치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2016년 설치된 니콜라스 쉐퍼 작품
수영구, 2차 피해 막기 위해 임시 이전

LUX 10-Busan은 프랑스 유명 작가 니콜라스 쉐퍼의 금속 조형물 시리즈 중 하나로 2016년 설치됐다. 총 3억 3000만 원의 예산이 들었다. 이 작품은 높이가 14m에 달해 마이삭이 몰고 온 강한 바람에 넘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수영구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작품을 인근 민락동 옛 청구마트 부지로 옮겼다.

현재 구는 작품 재설치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구는 ‘원칙적으로는 예산을 다시 받아 작품을 재설치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그러나 재파손 우려와 예산 낭비를 이유로 재설치에 부정적 반응이 제기되고 있어,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해당 작품은 태풍에 다시 파손될 우려가 높다. 작품이 설치된 지역이 바다를 접해 있기 때문이다. 조형물 높이가 14m에 달해 넘어질 경우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또 3억 원이 넘는 재설치 예산도 일선 지자체에는 큰 부담이다. 다시 파손되면 결국 예산이 낭비된다. 무엇보다 현행 규정상 담당 지자체가 자연재해로 파손된 공공 미술품을 원상 복구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판단이다.

부산비엔날레에 참여했던 한 미술 전문가는 “제작사 측의 과실이나 시민이 지나가다 파손을 했다면 당연히 작품은 원상복귀시키는 것이 맞다. 하지만 태풍 같은 천재지변으로 인한 파손은 복원 의무가 없다”면서 “안전이 우려되는 만큼 굳이 이곳에 다시 설치할 필요성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영구 관계자는 “지역주민에게 문화적 가치가 있지만, 사실 시민 안전이 최우선이고 예산 문제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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