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월성1호기 폐쇄 잘잘못 가리되 탈원전 기조는 유지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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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국회 요구에 따른 ‘경북 경주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및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회 이사들의 배임행위에 대한 감사’ 결과 보고서를 20일 공개했다. 감사원은 원전을 관리하는 한수원이 2018년 6월 월성1호기의 조기 폐쇄를 결정한 것에 문제가 있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한수원이 원전을 계속 가동할 경우의 경제성을 부당하게 낮춰 평가해 적자를 늘리는 결정을 내렸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직간접적으로 조장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공방이 가열될 전망이다.

경제성 평가 부실 여부 밝힌 감사 결과
정부 정책 전면 재검토 빌미 될 수 없어

감사원은 공개 하루 전인 지난 19일 최고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를 열어 감사 결과 보고서를 의결했다.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7차례나 시도한 끝에 간신히 의결될 정도로 내부 진통과 외부 압력이 심했다고 한다. 감사원이 지난해 9월 국회 요구로 감사에 들어가 법정 시한을 8개월이나 넘기고 사상 최장 시간의 심의를 거쳐 결과를 내놓았으니 그만큼 논란과 고민이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감사 결과 보고서는 월성1호기 조기 폐쇄 의결 과정에서 한수원 이사들의 업무상 배임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선 부정했다. 게다가 보고서는 폐쇄 결정의 적정성 여부는 감사 범위를 벗어났기에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밝히고 있어 한계점을 가진 감사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벌써부터 국민의힘 일부 의원 등이 월성1호기 경제성 저평가에 대한 흠결을 앞세워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걱정된다. 자칫 사고 발생 시 초대형 국가재난으로 이어질 원전의 안전성 문제와 수많은 원전들 가까이에서 살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을 감안하지 않은 주장이 많기 때문이다. 감사원도 “월성1호기 즉시 가동 중단 결정은 경제성 외에도 안전성과 지역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것이어서 이번 감사 결과가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으로 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한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번 감사 결과를 근거로 정부가 지난 3년 남짓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폭주하듯 추진해 온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수정·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정부와 여당이 새겨들을 충고다. 하지만 월성1호기 경제성에 대한 미흡한 평가를 전체 원전의 문제로 몰아 탈원전 정책을 철회시키기 위한 정쟁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건 유감스럽다. 그동안 원전 옹호론자 일부가 작은 꼬투리라도 잡아서 탈원전 정책을 재앙으로 몰아가려는 경향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정부는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되 가동 중인 노후 원전들에 대한 안전관리 대책을 강화하고 신재생 에너지 정책도 차질없이 잘 추진해야 마땅하다. 한편 감사에서 드러난 공무원과 한수원 직원들의 잘못과 감사 방해행위는 엄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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