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최고의 감염병 전문가로 통하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을 두고, “재앙”이라며 독설과 조롱을 퍼부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캠프 참모들과의 전화 회의에서 “사람들은 파우치와 이 모든 멍청이들의 얘기를 듣는데 진절머리를 낸다”면서 파우치 소장을 향해 “그가 TV에 나올 때마다 항상 폭탄이 있다. 내가 그를 해고하면 더 큰 폭탄이 있다. 그러나 파우치는 재앙이다”라고 비난했다.

“멍청이들 얘기 진절머리” 독설
파우치, 영화 ‘대부’ 언급 대응
“사적 감정 없고 비즈니스일 뿐”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과 앤서니 파우치 소장. AP연합뉴스·UPI연합뉴스


또 파우치 소장이 일관성 없이 조언했다면서 파우치의 말을 따랐다면 지금 미국에는 70만~80만 명의 사망자가 나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사망자는 전세계 최고치인 22만 명에 육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우치 소장이 오랫동안 NIAID 소장을 지낸 것을 염두에 둔 듯 “그는 여기에 500년 동안 있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잘못됐다고 말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파우치 소장이 과거 마스크 착용이 필요 없다고 하고 중국인 입국 금지를 반대했다고도 주장했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 후 유세장에 복귀한 지 일주일 만에 정부 과학자들을 비난했다며 “일관된 메시지 부족, 코로나19 급증, 파우치 소장 등에 대한 공격은 지지기반 확대 노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위험성을 경시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면전에서 쓴소리를 하는 것도 불사해 ‘돌직구’로 불리며, 코로나19 국면에서 상당한 대중적 신뢰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우치 소장은 이날 캘리포니아주 지역 라디오방송과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읽고 입장을 묻자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일축하면서 “그저 미국인과 세계인의 건강과 안전, 복지를 지키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많은 주가 꽤 잘 대응했는데 확진자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관한 질문이 이어지자 “국민의 건강과 복지만이 내 일이자 관심사며, 다른 일과 관련해선 영화 ‘대부’의 대사처럼 ‘사적인 감정은 없고 순전히 비즈니스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답했다.

김경희 기자·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