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알짜단지 분양, 줄줄이 해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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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광역시의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가 시행되면서 올해 부산의 부동산 시장을 떠받쳐온 청약시장 열기가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분양 부담이 커진 건설사들도 분양 일정을 미루거나 사업을 보류하고 나섰다. 19만 명이 넘는 청약자가 몰리며 ‘역대급 청약전쟁’이 벌어졌던 연제구 거제동 ‘레이카운티’와 같은 신규 분양 단지는 당분간 접하기가 어렵게 된 셈이다.

9월 22일부터 전매제한 적용
미분양 리스크에 분양 연기 속출
삼익타워·대연4구역은 후분양
기존 분양권은 프리미엄 치솟아
‘남천더샵프레스티지’ 6억 넘어

■분양 물량 줄고 미분양 리스크 늘고


지난달부터 부산에서도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이 강화되면서 건설사들이 올해 분양 예정 아파트들의 분양 시기를 내년으로 연기한다. 지난 6월 분양한 ‘이안 동래 센트럴시티’의 견본주택 모습.  부산일보DB



전국 광역시의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이 지난달 22일부터 적용되면서 이후 분양 승인 받는 아파트는 입주 때까지 전매가 금지된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신규 분양시장에 몰리는 투기수요 유입을 억제해 청약시장을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전매금지 영향으로 부산의 주택 신규 분양 물량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과거 사례에서도 유추해볼 수 있다. 정부는 2017년 8·2 대책을 통해 당시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있던 부산의 7개 구·군(해운대 연제 수영 동래 남 부산진 기장)에 대해 소유권 이전 등기 때까지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는 규제를 시행했다. 2017년 11월 이후 분양승인 받는 아파트부터 규제가 적용됐는데, 2017년에는 부산에서 역대 최고 수준인 2만 6946세대가 분양됐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전매제한이 걸린 이듬해 2만 1466세대로 줄더니, 2019년에는 2만 789세대 분양에 그쳤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부산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벗어나면서 올해는 분양 예정 물량이 3만여 세대에 달할 정도로 호황을 이뤘다.

당시 전매 제한 조치로 미분양 물량도 급증했다. 8·2대책이 발표되었던 2017년 8월 728세대였던 부산의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3월에는 5296세대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조정대상지역 해제로 올해 들어서는 8월 기준으로 1454세대까지 감소하는 등 미분양 물량이 상당 부분 줄었다. 이런 가운데 3년 만에 전매 제한 조치가 부활하면서 과거의 흐름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청약 경쟁률이 최소 두 자릿수는 돼야 분양 성공을 담보할 수 있는데, 분양권 전매 제한 조치로 투자 수요가 빠지면 웬만큼 사업성이 좋은 단지를 제외하고는 당장 미분양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잔여 물량 줄줄이 내년으로

건설사들의 ‘미분양 리스크’가 커지면서 분양 예정 아파트들도 줄줄이 분양 시기를 연기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올해 분양 예정 물량이 아직 1만여 세대가 남았지만, 대부분 내년으로 연기되거나 일정을 잡지 못해 보류되는 실정이다.

특히 올해 분양 예정이었던 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은 대부분 내년으로 분양 시기를 넘기는 모양새다. 초읍2구역, 대연2구역, 양정1구역은 내년 분양 예정이고, 삼익타워와 대연4구역은 아예 후분양으로 돌릴 예정이다. 강서구에 분양 예정이었던 에코델타한양수자인도 내년으로 연기됐다. 세대 수가 4043세대에 이르는 매머드 단지인 온천4구역 래미안과 장림1구역도 올해 12월 분양을 앞두고 있지만, 내년 초로 연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질적으로 올해 분양 가능한 아파트로는 이달 분양에 들어가는 부산진구 문현동 ‘국제금융센터 퀸즈W’와 당감동 ‘서면비스타동원’, 다음 달 분양 예정인 수영구 남천동 ‘힐스테이트남천역퍼스트’가 꼽히고 있다. 이 중 국제금융센터 퀸즈W와 서면비스타동원은 전매제한 정책 시행 전에 분양 승인을 받아 6개월 뒤 전매 가능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분양권은 프리미엄 치솟아

‘신규 물량 가뭄’에 따른 반사 효과로 기존에 분양됐던 신축 아파트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거래가 가능한 이들 아파트의 분양권 프리미엄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서베이 조사에 따르면 전용 84㎡ 기준으로 부산에서 현재 프리미엄이 가장 높은 아파트는 지난해 9월에 분양한 수영구 남천동 ‘남천더샵프레스티지’다. 이 아파트는 프리미엄이 최고 6억 3000만원에 형성돼 매매가가 11억 6000만 원에 달한다. 동래구 온천동 ‘동래래미안아이파크’도 5억 5000만 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지난해 6월 평균 4억 6036만 원에 분양된 부산진구 전포동 ‘e편한세상시민공원(1단지)’은 프리미엄이 최고 4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부산진구 전포동 ‘서면아이파크(1단지)’는 2017년 11월에 평균 4억 902만 원에 분양했지만, 최고 4억 8000만 원의 웃돈이 붙어 매매가가 8억 9000만 원에 이른다. 부산진구 부전동 ‘서면롯데캐슬엘루체’는 평균 5억 898만 원에 분양했지만, 3억 5000만 원의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전매제한이 적용되면 현재의 프리미엄 상승세가 한풀 꺾일 가능성이 크지만, 전반적으로 상승한 집값은 크게 변동 없이 보합세를 보일 것”이라며 “분양시장도 전매제한 영향으로 위축될 수 있지만, 6개월 후 전매가 가능한 ‘막차 단지’의 경우 청약쏠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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