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 5년 동안 ‘못 먹는 물’ 정수해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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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수질이 최근 5년간 선진국 기준인 TOC(총유기 탄소량)로는 생활용수로 쓰기 어려운 3등급에 그쳤다. 낙동강 지역을 제외하면 다른 식수원은 TOC 기준 1~2등급을 유지했다. 하지만 행정당국은 현실과 맞지 않는 BOD(생화학적 산소 요구량) 기준에 따라 취수원을 관리해 최근 발암물질 검출 등 문제를 일으켰다는 지적이다.

10일 부산시에 따르면 올 6월 부산 시민 상수원인 양산 물금취수장 수질을 측정한 결과, 6월 평균 TOC농도(mg/L)가 4.9로 나와 올 상반기 평균 TOC는 4.3을 기록했다. 여름을 포함한 하반기 수질이 더 나쁜 점을 고려하면, 올해 물금취수장 TOC는 3등급이 확정적이다. TOC 값이 4 이하면 2등급(약간 좋음), 5 이하면 3등급(보통)으로 분류된다.

총유기 탄소량 TOC 기준 3등급
2016년부터 낙동강 수질 악화
고도 정수 뒤 생활 용수로 사용
오염물 검출 한계 BOD는 1등급
낙동강 수질 심각성 왜곡 축소



이로써 부산 시민은 5년 연속 TOC 3등급의 물을 식수로 공급받게 됐다. 물금취수장 TOC 값은 2015년까지는 2등급을 유지했지만, 이후 줄곧 연 평균 3등급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6년과 2017년 4.2, 2018년 4.7, 지난해에는 4.5를 기록하는 등 수질이 악화되고 있다.

TOC는 화학적 방법을 동원해 그동안 측정이 어려웠던 고분자 오염물까지 측정하는 지표로, 전체 유기물의 90% 이상을 표시한다. 대부분 선진국이 이를 사용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수질 지표로 사용된다. 하지만 낙동강 수질 관리는 전체 유기물의 20~50% 정도만을 측정할 수 있는 BOD를 고집하고 있다.

환경정책기본법시행령 기준에 따르면 2등급 물은 일반적인 정수처리를 통해 생활용수로 쓸 수 있다. 반면 3등급은 고도의 정수처리를 해야만 생활용수로 이용할 수 있고, 일반적인 정수처리를 하면 공업용수로 써야 한다. 그만큼 3등급 수질은 식수원으로 쓰기에 부적합하다는 뜻이다.

심지어 물금취수장에 TOC 5등급(6 초과~8 이하) 물이 유입되기도 했다. 수질 측정은 매달 4차례 이뤄지는데, 지난해 9월 4차 측정과 2018년 3월 3차, 8월 1·3·4차 측정에서 TOC 값이 6.2~6.8로 조사됐다. ‘수질 나쁨’으로 분류되는 5등급 물은 고도정수를 해도 공업용수로도 쓸 수 없어 특수처리를 해야 한다. ‘약간 나쁨’으로 분류되는 TOC 4등급(5 초과~6 이하)은 수시로 측정됐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한 데도 정부나 행정 당국은 BOD를 기준으로 한 수질오염총량관리제에 기대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물금취수장 BOD 평균값은 1.9로 1b등급(좋음)의 물이 공급된 것으로 측정돼 TOC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부산하천살리기시민운동본부 강호열 사무처장은 “아직도 낡아빠진 BOD를 언급하며 낙동강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관료도 꽤 있다”며 “TOC를 포함한 수질오염총량관리제를 최대한 빨리 도입해 제대로 된 낙동강 수질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백상·박혜랑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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