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미·중 기술 신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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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Secretary Xi(제너럴 세크러터리 시).’ 올해 중국 정부의 공식 운영 방침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행사인 양회가 열린 5월 20일.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이날, 베이징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 워싱턴에서 전해졌다. 백악관이 작성한 ‘대중국 전략 보고서’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직함을 대통령(President)이 아닌 공산당 총서기로 표기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표되는 미국의 공식 문서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한발 더 나갔다. 두 달 뒤 행한 닉슨도서관 연설에서다. 이날 연설에서 폼페이오는 중국을 CCP(Chinese Communist Party·공산당)와 레짐(regime)으로 거듭 언급했다. 정권이나 체제를 일컫는 레짐은 미국에서 통상 독재 성향의 정부를 이를 때 사용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패권을 두고 미국과 소련이 각축을 벌인 냉전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로 다시 촉발된 미·중 신냉전이 끝을 모르고 달려가고 있다. 양국 주재 총영사관의 맞불 퇴거로 한차례 잽을 주고받은 양국은 이제 중국 IT기업을 두고 본격 힘겨루기를 펼칠 태세다.

‘선빵’은 미국에서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중국의 SNS 기업 바이트댄스와 텐센트의 미국 내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들은 각각 인기 앱인 ‘틱톡’과 ‘위챗’의 모기업이다. 행정명령 발효 시점인 9월 15일 이전에 이들 사업을 미국 기업이 인수하지 않으면 퇴출 수순을 밟게 된다.

카운터펀치도 만만찮다. 중국은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 판공실 성명을 통해 미국의 대홍콩·중국 제재를 ‘히스테리적 발상’이라고 깔아뭉개며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는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미국이 자국의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이 점점 악화하는 시점에 중국 때리기에 더 집중하고 있다”며 미국의 공세가 정치적인 배경에서 비롯됐음을 부각했다. 가히 ‘기술 신냉전 시대’라 할 만하다.

문제는 우리도 편히 있을 입장이 못 된다는 점이다. 구경 중 제일은 싸움 구경이라지만, 머잖아 우리 정부나 기업에까지 유리 파편이 날아들 형국이기 때문이다. 11월 미국 대선이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냉전시대 폐해를 온몸으로 떠안은 한반도, 또 한번 냉엄한 시험대에 서게 됐다. 김희돈 교열부 부장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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