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일독립운동기념관 반드시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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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관 광복회 부산지부장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인 부산에 지역의 독립운동사를 담은 독립기념관조차 없는 실정입니다.”

권병관 광복회 부산지부장은 2018년 제12대 광복회 부산지부장으로 취임한 이후부터 줄곧 부산항일독립운동 기념관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 대륙침략의 교두보였던 부산은 부산·경남지역 첫 3·1운동인 일신여학교 만세운동을 시작으로 동래고보 학생의거, 구포시장·정관 좌천시장 의거, 부산항일학생운동 등이 들불처럼 번진 곳이다. 하지만, 오늘날 부산의 독립운동을 기념할 만한 기념물은 부산 곳곳에 흩어져 있어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권 지부장은 한 바퀴 돌아보고 나면 부산의 독립운동사가 머릿 속에 그려지는 기념관을 꿈꿔왔다.

취임 직후 각계 참여 이끌어
지난달 건립추진위 출범 성과
“이제 첫발, 시민 많은 관심을”

직접 국회의원을 만나기도 하고, 부산시에 건립 협조 공문을 보내보기도 했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다 3·1운동 100주년인 2019년이 되자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권 지부장은 대구, 광주, 울산, 경북 등 독립기념관 현장을 답사하고 자료를 모으면서 다시 추진의 뜻을 밝혔다. 그해 11월 17일 순국선열의날 기념식장에서 ‘부산항일독립운동기념공원 건립추진 준비위원회’ 결성을 선포하고, 이후로 경제계, 종교계, 학계, 정계, 시민단체 인사들을 만나 동참을 호소했다. 올해 5월에는 시민단체인 부산발전시민재단이 공동 추진의 뜻을 밝히면서 더욱 추진력을 얻게 됐다.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지난달 17일에는 ‘부산항일독립운동기념공원 건립추진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권 지부장과 부산시민단체협의회 조정희 상임대표를 비롯해 여·야 국회의원 등 13인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추진위에는 어느덧 196명의 발기인이 모여 2000만 원의 성금이 모아지기도 했다. 현재도 발기인으로 가입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추진위는 광복절을 앞둔 오는 13일 총회를 열고, 앞으로의 추진 방향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추진위는 올해 안에 부산시에 ‘부산항일독립운동기념공원 예비타당성 조사’를 공식적으로 의뢰할 계획이다. 보훈 시설의 경우, 국비를 지원받기 위해서는 사업을 제안하는 민간단체에서도 예산을 확보해야하는만큼 앞으로 시민 서명운동과 성금모금 운동도 함께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추진위를 구성하기 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권 지부장이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매달린 덕분에 많은 것들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권 지부장은 “광복회 사무실 2층에 순국선열 위패를 모신 ‘위패봉안소’가 있지만, 그동안 장소가 협소하다는 이유로 삼일절이나 광복절 기념식 참배를 독립운동과 무관한 충렬사에서 해왔다. 올해 광복절부터는 위패봉안소에서 참배를 하기로 했다.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 첫발을 뗀 격이어서 앞으로 가야할 길도 멀다. 하루 아침에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닌만큼, 차근차근 꾸준히 나아가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권 지부장은 “과거에는 아무리 필요하다고 이야기해도 시큰둥한 반응이었는데, 함께 추진해보자는 여론이 만들어진 것만으로도 큰 발전”이라면서 “부산항일독립기념공원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부산시와 부산시의회, 부산시민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사진=정종회 기자 j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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