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감 쫓는 캐릭터 외모·몸짓도 연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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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배우 이정재

홍원찬 감독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개봉 5일 만에 관객 200만 명을 동원하는 등 올여름 개봉 영화 중 가장 빠른 속도로 관객을 모으고 있다. 배우 이정재, 황정민이 영화 ‘신세계’ 이후 다시 한번 뭉친 액션 영화로 제작 단계부터 주목을 받았던 작품. 속도감 있는 전개와 화려한 액션, 다채로운 미장센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주연 이정재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냥감 쫓는 잔인한 캐릭터를 위해 외모부터 몸짓, 눈빛까지 연구했어요.”

배우 이정재(48)는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이렇게 돌아봤다. 이 작품에서 그는 무자비하고 맹목적인 킬러 ‘레이’를 맡았는데 그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첫 등장부터 속내를 알 수 없는 섬뜩한 모습으로 나와 스크린을 압도한다.

맹목적인 킬러 ‘레이’ 역 맡아
새 캐릭터 위해 의상 직접 구상
“다양한 장르·인물 끝없이 도전”

이정재는 “캐릭터를 사냥에 나선 ‘성격 이상한 놈’으로 잡고 구체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정재가 그린 ‘레이’는 그동안 그가 맡았던 악역 캐릭터와는 거리가 있다. 의상부터 행동, 말투까지 어느 것 하나 예측할 수 없다. 검은색 가득한 장례식장에 티클 하나 묻지 않은 새하얀 코트를 입고 등장하는가 하면, 여유롭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인간 사냥’에 나선다. 자신의 형제를 암살한 ‘인남’을 쫓아 도쿄에서 인천, 방콕까지 따라가는 집요한 구석도 있다.

이정재는 “레이가 인남을 쫓는 이유를 ‘복수’라고 하는 건 핑계라고 봤다”며 “단지 레이는 사냥감을 찾던 와중에 목표물을 찾은 거다. 사냥감을 찾아 흥분한 인물로 생각하고 캐릭터를 풀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상한 킬러를 관객들에게 설득하기 위해 문신이나 의상, 몸짓을 여러 각도에서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집요한 집착을 가진 인물이에요. 새로운 캐릭터라 잘 표현하고 싶어서 의상까지 심혈을 기울여 구상했어요. 온몸에 타투를 하고 흰색 앵클부츠를 신고 주황색 반바지를 입었어요. 누구도 상상한 적 없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이정재가 총기와 검을 이용한 액션을 선보일 땐 스크린 너머로 불꽃이 튄다. 그가 밀폐된 공간에서 열댓 명을 칼로 제압하고 달리는 차 위에서 기관총을 난사하는 장면에선 극의 긴장감이 한껏 높아진다.

영화 ‘신세계’(2013)로 한차례 호흡을 맞췄던 황정민과 한층 발전한 액션 호흡을 선보이는 점도 눈에 띈다. 이정재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힘으로 마냥 밀어붙이는 액션은 이제 어렵더라. 적은 힘을 들이고도 액션을 좀 더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그러려면 좀 더 연습을 해야 하겠더라”고 겸손한 답을 내놨다.

영화 촬영 대부분이 태국에서 이뤄진 탓에 힘든 점도 있었단다. 이정재는 “레이가 온몸을 휘감는 타투를 하고 나온다”며 “낮엔 34~35도까지 기온이 치솟아서 타투가 지워지는 건 아닐까 걱정을 많이 했다. 다행히 태국 현지 스태프 중 한 명이 타투 팁을 줘서 잘 살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촬영 뒷이야기도 곁들인다. “액션 신을 찍을 때 왼쪽 어깨가 파열됐어요. 현지 종합병원에서 검사했는데, 수술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상황이 여의치 않아 수술을 미뤘어요. 최대한 왼손을 가만히 두는 범위에서 액션을 해결했죠.”

이정재는 데뷔 28년 만에 영화 연출에도 도전한다. 내년 초 첩보 액션 영화 ‘헌트’로 감독 데뷔를 앞둔 것. 이정재는 이 작품에서 주연으로도 나선다. “오래 이 일을 하니 배우로서 한계를 자꾸 느껴요. 이젠 배우·감독·작가를 나누지 않고 ‘영화인’이고 싶어요.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에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싶고요. 이번에 누아르 영화를 했으니, 다음엔 달콤한 로맨스 한번 해 보고 싶네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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