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같은 액션으로 누아르 쾌감 살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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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감독 홍원찬

홍원찬 감독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개봉 5일 만에 관객 200만 명을 동원하는 등 올여름 개봉 영화 중 가장 빠른 속도로 관객을 모으고 있다. 배우 이정재, 황정민이 영화 ‘신세계’ 이후 다시 한번 뭉친 액션 영화로 제작 단계부터 주목을 받았던 작품. 속도감 있는 전개와 화려한 액션, 다채로운 미장센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홍원찬 감독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충무로 이야기꾼’ 홍원찬(41) 감독이 영화 마을 나들이에 나섰다.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통해서다. 영화 ‘추격자’ ‘작전’ ‘황해’ ‘나는 살인범이다’ 등 여러 한국형 누아르물을 집필·각색했던 홍 감독이 이번엔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 첫 연출작 ‘오피스’ 이후 5년 만이다. 홍 감독은 “실제에 근접한 액션을 통해 현실감을 가득 살린 작품으로 돌아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오피스’ 연출 후 5년 만에 메가폰
10년 전 쓴 시나리오 직접 연출
“부드러운 멜로 영화 연출 하고파”

황정민과 이정재가 주연으로 나선 영화는 청부 살인업자 ‘인남’과 그를 추격하는 ‘레이’의 쫓고 쫓기는 사투를 그린다. 홍 감독은 10년 전 썼던 시나리오를 완성된 필름으로 만들었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타격감 넘치는 추격전이 인상적이다. 감독은 “오래전 시나리오를 쓸 때 장르적 재미를 많이 넣었다”며 “그러다 보니 쓰면서도 촬영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누가 연출할지 몰라도 고생을 꽤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하게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홍 감독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동남아시아에 처음 가 봤는데 가만히 있기만 해도 습하고 덥더라”면서 “몇 달간 체류하면서 액션 신을 찍으니 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콕은 영화에서 정말 중요한 장소에요. 작품 분위기와 색감을 살리는 역할을 했죠. 차가운 색을 쓴 일본과 대비해 방콕에서는 주홍빛을 주로 사용했어요. 뜨겁고 열정적인 미장센을 표현할 때도 정말 중요했죠. 촬영이 쉽진 않았지만, 배경이 영화를 살리는 데 한몫을 한 것 같아 다행이에요.”

눈빛만으로도 스크린을 사로잡는 황정민과 이정재의 연기 호흡은 영화의 백미다. 영화 ‘신세계’(2013)에서 진한 의리를 나눴던 두 사람은 이 작품에서 서로를 쫓고 쫓는다. 여기에 ‘유이’ 역을 맡아 극의 분위기를 쥐락펴락하는 박정민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홍 감독은 “촬영할 때에도 황정민, 이정재 배우의 액션 합에 여러 번 감탄했다”며 “대사가 많지 않은데 분위기만으로 현장을 압도하더라”고 회상했다. 박정민의 연기에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는 “박정민 배우의 남성적인 모습과 유이 캐릭터의 여성성이 충돌할 때 영화적 재미가 더 커진다”면서 “쉼 없이 흐르는 영화에서 유이가 숨통을 틔우길 바랐는데 정말 잘 표현됐다. 어려운 연기를 잘했다”고 극찬했다.

눈에 띄는 건 장르적 쾌감을 두른 영화의 외피 아래 선과 악, 구원 같은 윤리적 개념에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다. 홍 감독은 “이 작품에서 ‘악’은 어떤 특정 대상을 겨눈 개념이 아니다. 이들이 속한 냉정하고 비정한 세계가 ‘악’을 대변한다”면서 “그런 점에서 인남과 레이 모두 ‘악인’도 ‘선인’도 아니다”고 말했다. 캐릭터 간 드러나는 ‘악의 상대성’도 고민이었단다. 홍 감독은 “선악을 분명히 구분하는 연출을 선호하지 않는다”면서 “장르 영화의 재미와 그 이면에 있는 점들을 함께 생각하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인터뷰 내내 스릴러와 누아르 장르에 애정을 드러낸 홍 감독은 향후 하고 싶은 작품을 묻자 의외의 답변을 내놓는다. “노팅힐과 시네마 천국이 제 인생 영화에요. 이들 작품을 보며 감독의 꿈을 키웠죠. 나중에 사람과 사랑을 깊이 살펴볼 수 있는 시야가 생기면 부드러운 멜로 영화를 꼭 한번 해 보고 싶어요. 액션이든 로맨스든 현실에 기반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남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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