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먼 50만 동백전 가맹점들, ‘미등록 불법’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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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부산 동구의 한 식당에 부산 지역화폐인 동백전 사용 가능 스티커가 붙어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정부와 지자체의 엇갈린 행정으로 50만이 넘는 애꿎은 동백전 가맹점들이 과태료를 내야 할 위기에 몰렸다.

행정안전부는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5월 1일 제정했고, 지난달 2일 시행에 들어갔다. 지역사랑상품권을 불법으로 환전하거나 재판매하는 행위 등을 근절하고, 지자체가 직접 지역화폐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든 것이다.

문제는 이 법률 제7조에 따르면 지역화폐 가맹점을 운영하려면 가맹점이 지자체에 등록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가맹점에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역상품권 활성화’ 법률 시행
‘가맹점은 지자체에 등록해야’
11일 현재 등록 가맹점 전무
2000만 원 이하 과태료 물 판

행안부 ‘뒷북’·부산시 ‘모르쇠’

하지만 법률이 시행되고 한 달여가 지난 지금까지 부산시와 직접 협약을 맺어 등록한 동백전 가맹점은 단 한 곳도 없다. 동백전 운영대행사인 KT가 하나은행, 부산은행, NH농협은행의 지역 내 제휴 가맹점을 들고 와 동백전 사용처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50만이 넘는 동백전 가맹점들이 스스로 위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점을 알지도 못한 채 법률에 어긋난 행위를 해 오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데 대해 동백전 출시 9개월이 되도록 손 놓고 있는 행안부의 탁상공론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뿐만 아니라 인천, 경기 등 지역화폐를 운영하는 여러 광역지자체에서도 불법 가맹점 양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시도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5월 법률이 제정되고 난 이후 3개월이 넘는 시간이 있었지만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여 주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시 관계자는 “가맹점 숫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일일이 가맹점을 등록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운영대행사와 카드사에 일임하는 구조로 운영하다 보니 기본적인 현황 관리조차 되지 않아 이 같은 법률을 만든 것”이라며 “일일이 수기로 등록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전산 시스템을 활용하면 일괄적 등록이나 실시간 업데이트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시스템을 구축할 만한 충분한 시간도 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는 10월까지가 법률 유예기간이지만 가맹점들이 무더기로 과태료를 내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지자체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체계적인 시스템 관리가 이뤄지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인제대 송지현(국제경상학부) 교수는 “어설프게 법률을 제정한 행안부도 잘못이지만, 가맹점주가 과태료 덤터기를 쓰기 직전까지 나몰라라 방치하는 지자체도 큰 문제”라며 “위법 논란이 불거지는 것만으로도 동백전에 대한 시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가속화하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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