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反중국 언론 재벌 지미 라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전격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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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대표적인 반중국 언론매체인 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가운데)가 10일(현지시간)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자택에서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국 매체인 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가 10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빈과일보 사옥에는 200여 명의 홍콩 경찰이 들이닥쳐 임원들을 체포하고 압수수색을 벌여 반중 언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동방일보 등에 따르면 홍콩 경찰의 홍콩보안법 전담 조직인 국가안보처는 이날 오전 홍콩 호만틴 지역에 있는 지미 라이의 자택에서 그를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았다.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 창업자
톈안먼 사건 후 언론 사업 시작

경찰 200명 빈과일보 사옥 급습
임원들 체포 사무실 압수수색
두 아들도 ‘외세 결탁’ 혐의 체포


중국 광둥성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지미 라이는 파산한 의류 공장을 인수한 후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Giordano)’를 창업, 아시아 굴지의 의류 기업으로 키운 입지전적 인물이다. 하지만 1989년 중국 정부의 톈안먼 민주화 시위 유혈진압에 충격을 받은 그는 1990년 넥스트 매거진, 1995년 빈과일보를 창간해 언론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빈과일보는 중국 지도부의 비리와 권력투쟁 등을 적극적으로 보도해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 매체로 떠올랐다.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때도 경찰 폭력과 중국 중앙정부의 강경 대응 등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지미 라이 또한 2014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과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미국에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홍콩인권법) 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중국 관영 매체와 홍콩 친중파 진영은 그를 외세와 결탁해 송환법 반대 시위를 배후조종하는 인물이라고 강력 비판해왔다. 이날 오전 홍콩 경찰은 정관오 지역에 있는 빈과일보 사옥도 급습해 압수수색을 벌였으며, 최고경영자(CEO) 청킴훙, 최고재무책임자(CFO) 차우탓쿤 등을 체포했다. 청 CEO는 외세와 결탁해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린 혐의로, 차우 CFO는 사기 공모 혐의로 체포됐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비슷한 혐의로 지미 라이의 두 아들도 이날 오전 체포됐다. 현재 해외에 있는 지미 라이의 최측근 마크 시먼에게도 지명수배가 내려졌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번 조사가 빈과일보의 모기업인 ‘넥스트 디지털’ 운영에 있어 지미 라이 등이 부정을 저질렀다는 친중파 단체 홍콩정연회 등의 고발과 관련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빈과일보 압수수색에서 편집국 등을 배제했다고 밝혔지만, 홍콩 야당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은 “지미 라이의 체포와 빈과일보 압수수색은 언론계 전체를 두려움에 떨게 할 것이며, 이로 인해 기본법(홍콩의 실질적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는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고 비판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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