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이 우릴 이용하고 거짓 눈물, 분해서 잠도 못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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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 2차 기자회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 사태의 내부 고발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열린 2차 기자회견에서도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아울러 한국과 일본, 양국 간의 학생 교류를 늘려 ‘역사 바로 알기’를 통한 위안부 문제 해결을 당부했다.

이 할머니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고발 이후 이어진 기사들을 보고 “생각하지도 못한 내용이 나왔다. 이는 검찰에서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불투명한 회계와 개인계좌 기부금 모금 등 정의연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를 둘러싼 갖은 의혹이 검찰 수사를 통해 명백히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힌 것이다.

“단체들, 돼지저금통 돈까지 챙겨
정의연 그동안 노고 존중 마땅
개방·투명성 기반 체계 갖춰야
‘위안부’ 해결 위해 학생 왕래를”
윤미향·남편 상대 줄줄이 고발장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 전담수사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이들 두 단체의 횡령이나 기부금 유용에 대한 추가적인 증거는 제시되지 못했다. 이 할머니가 고령인 데다 정의연의 회계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었던 건 아닌 터라 1차 기자회견과 진술 내용은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는 평이다. 그러나 이 할머니는 “돼지저금통에서 나오는 돈까지 챙겼다. 위안부 피해자를 도구로 사용했다. 내가 바보같이 이렇게 이용당해야 했나.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과정에서 사망 후 조의금이 시민단체 활동가 자녀의 장학금으로 지급되어 논란이 일었던 김복동 할머니도 언급했다. 이 할머니는 “김복동 할머니를 미국에 끌고 다니면서 고생시키고 이용했다. 윤미향이 생전에 할머니 이용해 먹고 장례 때 거짓 눈물을 흘렸다. 재주는 우리가, 돈은 단체가 받아갔다. 검찰에서 꼭 죄를 물어 벌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할머니의 폭로 이후 정의연 수사에 들어간 검찰이 칼끝을 겨누고 있는 곳은 지난 4년간 이들 거둬 들인 기부금의 지출 내역이다. 국세청에 공시된 공익법인 결산서류에 따르면 4년간 정의연이 거둔 기부금은 50억 원에 육박하지만 피해자 지원사업으로 지출한 비용은 매년 2000만 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정의연의 전신 격인 정대협까지 따지면 공시에 누락한 기부금 액수도 3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해결을 위해 세워진 정대협은 2016년 한·일 위안부 협상 합의 무효를 위해 설립된 정의연과 2018년 7월 통합했다. 당시 정대협 상임대표였던 윤미향 당선인이 초대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검찰은 정의연과 정대협을 상대로 제기된 의혹을 모두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에 배당해 전담수사하게 했다. 이에 따라 서울서부지검은 지난주 정의연과 정대협 사무실에 수사관들을 보내 이들의 회계 및 각종 사업 관련 자료를 확보한 상태다.

앞서 시민단체들도 정의연과 윤미향 당선인을 업무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잇따라 검찰에 고발했다. 먼저 ‘활빈단’이 위안부 할머니 모임인 무궁화회에서 제기한 3억 원 횡령 의혹에 대해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해 놓았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도 그동안 기부금을 불법으로 개인계좌로 모은 혐의가 있고, 2012년 경매로 낙찰받은 아파트를 구입한 대금 출처가 불분명하다며 윤 당선인을 고발했다.

여기에 기자회견이 열린 25일에는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이 윤 당선인의 남편인 김삼석 씨와 정의연 감사를 맡고 있는 회계사 이 모 씨까지 모두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수원시민신문 대표인 김 씨가 2015년 9월 정대협의 유럽 캠페인 소식을 다룬 기사를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기자 명의로 쓰면서 아내의 개인계좌를 모금 계좌로 알렸고, 회계사 이 씨도 정의연 감사로 있으면서 기부금과 국가보조금 유용을 방조했으니 윤 당선인과 범죄 사실을 공모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90세가 넘는 고령에도 두 차례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 할머니는 정대협과 정의연의 그동안 노고는 존중받아야 한다면서도 그 방향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볼 것을 당부했다. 그는 그동안 줄곧 (공장에 갔다 온)정신대와 위안부는 피해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해 왔다. 정대협에도 이를 지적했지만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게 이 할머니의 주장이다. 그는 “비유하자면 만두 겉면은 정신대로 빚어 놓고 속에는 위안부를 넣었다”며 “일본더러 ‘사죄해라’ ‘배상해라’ 주장해도 일본 사람이 무슨 일인지 알아야 할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이 갈등을 거듭할 게 아니라 왕래와 교류가 깊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학생이 오가며 역사를 배워야 한다. 역사 주인인 학생들에 올바로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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