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와 강박 지침’ 구치소 안에선 18년째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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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구치소 재소자 사망

부산구치소에서 공황장애가 있는 30대 신입 재소자가 14시간 넘게 손발이 보호장비에 묶인 뒤 사망(부산일보 5월 21일 자 2면 등 보도)하면서 정신병동 등에서 시행하는 기본적인 관리 절차가 교정시설에서는 무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2003년 인권 보호와 사고 예방 등을 위해 정신질환자 강박에 대한 세부 지침을 정했지만, 교정시설은 이로부터 1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명확한 규정이 명시되지 않고 있다.

복지부, 환자 권익보호 위해
2003년 세부지침 제정 운영
교정시설은 아직도 규정 없어

2003년 12월 보건복지부는 정신질환자 권익 보호를 위해 ‘격리와 강박(Seclusion and Restraint) 지침’을 제정했다. 해당 지침에는 환자를 강박할 때 △1시간마다 호흡·혈압·맥박 등 점검 △최소 2시간마다 팔다리를 움직이게 보조 △강박대 착용 시 혈액 순환을 위해 손가락 하나 정도의 공간 확보 등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정신병동 환자 강박에 따른 각종 사고가 이어지면서 최소한의 안전 지침을 마련했다. 구체적인 지침이 명시되지 않으면 인권 침해는 물론 환자의 생명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게 제정 배경이었다. 이후 2005년에도 과도한 강박으로 정신병동 내 환자가 폐혈전색전증으로 사망하는 등 적잖은 사고도 잇따랐다. 하지만 구체적인 지침으로 의료진의 과실 여부가 명확히 인정되면서 해당 지침은 현재 정신병동 내 기본적인 준수사항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오히려 2016년 국가인권위가 지침을 더 구체화하고 아예 법제화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요구하는 등 지금도 내용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 정신과 교수는 “1시간 단위로 환자의 맥박, 호흡 등을 확인하는 건 복지부 지침을 떠나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고 위험이 상당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교정시설에서는 재소자 결박 이후 관리가 사실상 교도관 재량에 맡겨져 있는 상황이다. 지난 10일 부산구치소에서 숨진 A(37) 씨의 경우 14시간 넘게 손발이 묶여 있는 동안 주로 CCTV를 통해 움직임을 관찰하는 수준으로 관리됐다. 이에 대해 부산구치소 측은 “법령이나 매뉴얼에 위반된 조치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형집행법 시행규칙에는 보호장비를 착용한 재소자 상태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호흡·혈압·맥박 등을 점검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지침은 없는 상황이다. 17년 전부터 정신병동에 지침이 적용된 것과 비교하면 관리 수준이 크게 뒤처진 셈이다.

김경일 사회복지연대 사무국장은 “재소자 결박 이후를 관리할 구체적인 대응 지침이 없다면 언제 어디서든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며 “죄를 지었다는 이유로 인간이 보장받아야 할 권리가 지켜지지 못한 전형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부산구치소 관계자는 “의료진과 교도관 수가 제한적인 데다 소란을 피우는 경우가 많아 현실적으로 보호장비를 착용한 재소자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게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백상·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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