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있으나 마나… 불법 주정차 여전한 스쿨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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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개학을 이틀 앞둔 25일 오후 부산 금정구 남산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줄지어 서있다.

25일 오후 3시께 부산 금정구 남산초등학교 인근 골목. ‘어린이보호구역’임을 알리는 표지판 뒤로 길이 150m 남짓한 골목에는 주차 차량이 빼곡히 차 있었다. SUV 차량이 골목길로 우회전하며 진입하자 골목에서 빠져나오려던 1t 트럭 1대가 속도를 줄이며 멈춰 섰다. 차량이 교행할 만큼의 공간이 나오지 않자 트럭이 후진했다. 트럭 뒤에서 손자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오던 장년의 여성은 후진하는 트럭을 보고는 놀라 손자의 팔목을 낚아채 주차된 차량들 사이로 피했다. 이 여성은 차량 2대가 모두 지나간 뒤에야 다시 손자와 나란히 길을 걸어갔다.

이 지역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골목뿐 아니라 이면도로 곳곳에도 불법 주정차 차량이 가득한 곳이다. 남산동에 거주하는 김 모(65) 씨는 “‘민식이법’이 시행되면 제대로 단속도 하고 불법 주차 문제가 나아질 줄 알았는데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 이번 주에 개학하면 아이들이 또 이 길로 지나다닐 텐데 걱정된다”고 했다. 남산동의 한 주민은 구청 공무원이 불법 주정차 단속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직무유기 혐의로 금정경찰서에 고발장을 내기도 했다.

법 시행 이후에도 차량 ‘빼곡’
주민 반발 우려 단속 형식적
“어린이 안전 최대 위협” 지적
사고 예방 위해 지자체 나서야

올 3월 25일 이른바 ‘민식이법(도로교통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이 시행되면서 어린이보호구역에 불법 주정차를 할 경우 일반 도로에 비해 2배가 넘는 과태료를 물게 됐다. 승용차나 4t 이하의 화물자동차는 8만 원, 승합차나 4t 초과의 화물자동차, 건설기계 등에는 9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같은 장소에 2시간 이상 주정차할 경우, 과태료는 1만 원씩 증가한다.

하지만 정작 단속 권한을 가진 지자체는 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적극적인 단속을 하지 못하고 뒷짐만 지고 있다. 금정구의 경우 민식이법 시행 이후 두 달 동안 어린이보호구역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는 30~40건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불법 주정차 단속 차량이 아닌, 고정 CCTV로 자동 단속된 건이 대부분이다.

이 같은 상황이 비단 금정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부산 대부분의 지자체가 주택가 주차 부족 문제에 시달리면서 어린이보호구역에까지 쏟아져 나오는 차량을 어찌하지 못하고 있다. 각 지자체는 주차 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태료만 부과할 경우, 주민 반발이 심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주차단속 유예’ 기간이었던 데다, 개학 전이어서 단속보다는 계도를 권장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금정구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아직 개학 전이라 어린이보호구역 불법 주정차 과태료에 대한 안내와 홍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주부터 초등학교와 유치원이 개학하면 단속도 실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27일 초등 1, 2년 학교 등교개학을 앞둔 만큼, 민식이법이 실질적으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린이보호구역의 불법 주정차 문제에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의 한 경찰서 교통과 관계자는 “속도도 문제지만 어린이보호구역에 주차된 차량이 어린이의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다. 민식이법이 처벌을 위한 법이 아니라, 사고 예방을 위한 법이 되려면 불법 주정차에 대한 강력한 단속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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