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내빈이 외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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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문제는 경선을 끝으로 갈등이 봉합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계파 간 세대결, 정면 충돌을 부추길 수 있는 휘발성 강한 이슈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얼마 전, 3수 끝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된 나경원 의원을 다룬 기사다. 한데, 저기 나온 ‘휘발성 강한 이슈’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휘발성(揮發性): 보통 온도에서 액체가 기체로 되어 날아 흩어지는 성질.

그러니, 밀폐 공간에서는 휘발성이 강하면 폭발 위험도 높겠지만, 열린 공간에서야 모두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이슈가 휘발해 버리면, 모든 갈등이 사라질 터.

<제주폭설에 부산관광 설특수… 호텔방 품귀>

이 제목에서도 깔끔하지 않은 말이 하나 있다. 바로 ‘품귀’라는 말. 표준사전을 보자.

*품귀(品貴): 물건을 구하기 어려움. ‘달림’으로 순화.(더위가 심해서 선풍기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피난지에서의 생활이란 모든 물자의 품귀 상태 속에서 이루어졌는데 책 또한 그러하였다.<박태순, 어느 사학도의 젊은 시절>)

해서, 호텔방 모자라는 데는 품귀라는 말이 적절하지 않았다. ‘부족’이나 ‘모자라’ 정도면 됐을 터.

‘11일 충북 충주기업도시 내 현대모비스 공장에서 열린 수소차 연료전지 공장 증축 기공식에 참석한 내·외빈들이 공장 증축을 축하하는 시삽을 하고 있다.’

이 기사에선 ‘내·외빈’이 독자들을 허방으로 꾄다. 하지만, 저런 우리말은 없다. 표준사전을 보자.

*내빈(來賓): 모임에 공식적으로 초대를 받고 온 사람. ‘손님’, ‘초대 손님’으로 순화.

*외빈(外賓): 외부나 외국에서 온 귀한 손님.

이러니, 내빈이 외빈인 셈이다. ‘내빈(內賓)’도 있지 않으냐고? 다시 표준사전을 보자.

*내빈(內賓): =안손님.

*안손님: 여자 손님을 이르는 말.

그러니, 쓰려거든 ‘내빈’이나 ‘외빈’ 가운데 하나만 쓸 일이다. 이처럼, 한자말에는 묘한 함정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실수를 줄이려면 쉬운 말을 쓰는 수밖에 없다, 고 생각하는 중에, 개성에서 열린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소식을 전하는 어느 방송 기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행사장소인 (개성)판문역에 도착한 시간은 9시쯤입니다. 여기서 남북, 국제사회 내외빈끼리 20분 정도 사전 환담이 진행됐고요.…’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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