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오셔서 작품 완성해 주세요"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관객들이 참여해 작품을 완성하는 김성수의 '연결된 우주'. 서동예술창작공간 제공

'작품이 작가의 손을 떠나 스스로 제모습을 갖춘다.' 과감한 생략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오귀스트 로댕의 조각이 당장 떠오른다. 로댕은 그전까지 사람들이 생각했던 조각의 개념을 바꾸었던 예술가이다. 좌대를 깎다 만 형태로 그냥 놔두는 것이나 머리나 팔다리가 생략된 토르소만을 제작하는 기법을 그전에는 볼 수 없었다.

관객이 작품 마무리하는
'탐사선, 아트배틀 2018'
서동창작공간 29일까지
작가 "진정한 참여예술"

여기서 더 나아가 작가와 관객의 구별이 사라지고, 우연성이 더 드러나는 작업 방식이 시도되고 있다. 감상자가 머릿속 구상을 직접 손으로 마무리하는 단계이다. 작가들이 공동 작업하고, 주민들이 참여하는 대동(大同)의 예술 현장이 펼쳐진다.

서동예술창작공간은 오는 29일까지 '함께 작품을 완성하는 서동 작은미술관-서동 탐사선,아트배틀(Art Battle) 2018'을 연다. 전시는 부산대 미술학과 출신으로 구성된 창작 콰르텟 '스튜디오 프로젝트(STUDIO-PROJECT)'가 공간에 먼저 운을 띄운다. 젊은 작가들이 참신하게 연출한 작은미술관은 개성과 조화가 음악처럼 흐른다. 이 작품은 관객 참여가 이뤄져야 제 모습을 드러내는 미완성곡과 비슷하다. 전시 장소는 부산 금정구 서동미로시장 안에 있다. 시장 상인과 장보는 주부, 엄마 손 잡고 장에 따라온 어린아이와 일반 관객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란 특성을 갖고 있는 곳이다.

'스튜디오 프로젝트'는 전시장을 이동하며 각 공간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4명의 미술가(김성수 이은정 양나영 배솔진)로 구성돼 있다. 그들이 서동에 불시착해 탐사하며 자신을 소개하고, 그 지역 거주민이 함께하면서 서서히 파장을 넓혀나가는 게 이번 전시의 개념이다. 

관객들이 붙여 놓은 종이띠들이 걸려 있는 이은정의 '따로따로'.
'연결된 우주'로 이름을 붙인 제1구역을 맡은 김성수 작가는 미술관 벽 한 면 전체를 벽화로 장식했다. 작가가 모티브를 제시한 후 관객들이 나머지 벽화를 채우는 방식이다. 제2구역('따로따로', 이은정 작가)은 참여자들이 공간 속에 종이 띠를 걸면서 서로의 흔적을 확인하는 성격을 띤다. 
미술관 벽면을 이용해 대형 실뜨기 판을 만든 양나영의 '사람 '그리고' 사람'.
제3구역('사람 '그리고' 사람', 양나영)은 벽면에 350개의 못을 박아 대형 실뜨기 판을 구현했다. 실뜨기를 통해 다양한 관계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준다. 제4구역('혼돈의 질서', 배솔진)은 보이지 않는 본능과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기존 질서의 세계에서 들어섰기에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관객들은 전시를 돌아본 후 자신에게 가장 강렬하게 다가오는 구역을 표시한다. 주최 측은 29일 이후 이를 최종 집계해 발표하는 이벤트를 가진다. 전시 타이틀에 '아트배틀'이란 문구가 들어간 이유다.

"전시장을 찾는 다양한 사람들과 몸을 부대끼면서 진정한 대중미술, 참여예술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서동을 잘 몰랐다는 이은정 작가의 말이다. 김미희 전시기획자는 "50년 전 중구 원도심 주민들의 집단 이주지이자, 금사공단 쇠퇴로 침체를 겪고 있는 서동에 문화가 꽃피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동탐사선,아트배틀 2018'=29일까지 서동예술창작공간 1층 갤러리전시장. 051-525-6262.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