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3일' 거제도애광원 72시간… 지적장애인들의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꿈의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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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3일) 밤 10시 40분 방송되는 KBS 2TV '다큐멘터리3일'에서는 거제도 애광원의 72시간을 담는다.

별을 수놓은 듯 반짝이는 바닷길이 유유히 펼쳐진 거제도 장승포항. 이곳엔 조금 특별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아늑한 꿈동산이 하나 있다.

사회복지법인 거제도애광원. 지적장애인 보호 시설인 이곳에서, 사람들은 제과제빵-원예-섬유직조 등의 직업 훈련을 통해 자신만의 미래를 그려 나간다. 물론 많이 느리고 많이 서툴다. 쿠키 반죽을 하나 찍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바느질 한 땀을 뜨는 데도 수개월의 훈련이 필요하다. 숫자를 잘 몰라, 저울에 물건의 무게를 달 때도 수치를 읽는 게 아니라 모양을 외워 정도를 가늠한다.

오래 걸리지만 허투루 일하진 않는다. 조금 답답하지만 포기하지도 않는다. '직업'과 '자립'이라는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을 얻기 위해 날마다 부지런히 배우고, 익힌다. 자신의 힘으로 삶을 바로 세우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고 간절하게 살아간다. 출근을 위해 동이 채 트기도 전 어둑한 새벽길을 30분씩 걸어도, 밭일을 하느라 손에 흙이 잔뜩 묻어도 스스로 무언가를 해낸다는 기쁨에 그들은 오늘도 웃는다. 주어진 매일을 선물처럼 감사히 여기는,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이들의 삶 속에 '다큐멘터리 3일'을 그린다.

사회복지법인 거제도애광원은 1952년, 전쟁고아들을 돌보기 위한 애광영아원에서부터 시작했다. 이화여대 가사과를 졸업한 후 개성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원장 김임순은 6·25 전쟁통에 돌쟁이 딸 하나만 안고 거제 장승포로 피난을 떠났다. 그 길로 그녀의 운명은 통째로 뒤바뀌게 된다. 남편과 함께 미국 유학을 꿈꾸던 엘리트 여성이 전쟁고아들의 억척스런 엄마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후 1978년, 애광영아원은 지적 장애인 거주시설 애광원으로 전환되었고 2018년 현재, 392명의 지적장애인들이 애광원의 보호 속에 살아가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애광원은 지적 장애인 거주시설 애광원,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애빈, 장애인공동생활가정 성빈마을, 장애인요양거주시설 민들레집, 지적장애 특수교육시설 거제 애광학교, 일반영유아 보육시설 옥수어린이집 등 여섯 가지 기관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올해로 설립 66주년을 맞은 사회복지법인 애광원은 지적장애인들을 장애의 고통과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는 데서 나아가 그들이 더 큰 세상의 일원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다양한 훈련을 시행 중이다.

애광원 내에 있는 카페 윈드밀 테라스의 수다쟁이 주은미 씨는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의사조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상태였다. 어엿한 사회인이 되길 바라며 제자를 가르치던 선생님의 마음을 몇 번이고 무너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은미 씨의 용기와 선생님의 끝없는 기다림은 결국 그녀를 변화시켰다. 윈드밀 테라스에서 훈련을 시작하며 익숙해진 업무와 반복되는 칭찬에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행동과 몸짓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던 그녀는 어느새 단어를 뱉을 수 있게 되었고, 지금은 어눌하지만 문장으로도 자신의 뜻을 밝힐 수 있게 되었다. 조금 느리고 서투르긴 해도 자신의 힘으로 삶을 이뤄나가겠다는 용기가 그들의 오늘을 만들고, 내일을 채운다.

디지털편성부 mul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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