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예술가 구본창 개인전] 그대들이 전하는 말, 가슴에 담아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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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 이조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청화백자들.

빼앗기거나 팔려나가 다른 나라에 존재하는 우리의 백자 달항아리와 청화백자들이 눈앞에 놓여있다. 그 자태를 보는 이들의 심정은 짠하고도 놀랍다. "실물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과 우리 도자기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탄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국제갤러리 부산점(부산 수영구 망미동 F1963 내)은 지난해 8월 개관 이후 첫 기획전으로 사진 예술가 구본창(65)의 개인전 'Koo Bohnchang'을 열고 있다.

'백자' '청화백자' 등 19점 전시
외국에 팔려나간 도자기 찾아
전 세계 20여 곳 박물관서 촬영

"도록처럼 단순한 재현보다는
인물 찍듯 영혼을 담고 싶었다"

내년 2월까지 이어지는 전시에는 구 작가의 '백자' 연작 9점을 비롯해 새롭게 선보이는 '청화백자' 연작 6점, 대형 제기, 청화 병풍, 연적 등 19점이 관객들을 만난다. 

전시작들은 구 작가가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20여 곳의 박물관과 개인 컬렉션을 찾아가 촬영한 사진이다. 도자기 도록을 만들듯 재현에만 매달리지 않았다. 작가에게 전해오는 백자와 청화백자의 숨결을 담은 결과물이다.

살구와 핑크빛, 엷은 회색 바탕 위에서 부유하는 듯한 달항아리는 영락없이 달무리를 지닌 만월(滿月)이다. 두 개의 백자가 함께 한 작품은 선(線)의 대비를 통해 신비감이 더해진다. 청화백자와 백자를 찍은 작품 역시 빛깔의 대조를 통해 아름다움이 증폭된다.
"내가 얻은 답은 백자의 외형적 형태보다는 그것의 내면에 흐르는 깊고도 단아한 감성을 파고들고자 하는 것이었다. 나는 백자를 단순한 도자기가 아닌 혼을 지닌 것으로 여기고 마치 인물을 찍듯이 촬영하였다.

백자를 가슴에 꼭 끌어안고 '어쩌다 네가 여기까지 왔느냐. 네 영혼을 사진에 담고 싶으니 너도 응해야 한다'고 속삭였다." 구 작가가 쓴 책의 한 구절이다. 
구본창 작가. 국제갤러리 제공
구 작가는 2004년부터 백자 작품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우리 도자기를 찾으려 대영박물관,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국립중앙박물과, 국립미술관 등 전 세계를 누볐다. 처음에는 대부분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꺼리는 바람에 작업하기가 무척 어려웠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자 해당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되레 사진 작업을 의뢰하고 있다.

구 작가가 백자에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는 외국에 있을 때 우연히 본 사진 한 장이었다. 어느 외국 여인이 우리 달항아리를 갖고 있는 장면이었다. 그 모습이 뇌리에 늘 머물렀다고 한다.

그는 "아픈 사연을 지니고 이산가족이 된 우리 도자기들이 상봉하는 장면을 머리에 그리며 카메라에 담았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된 청화백자 연작을 작업하게 된 계기는 2014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푸른 빛에 물들다'전 관람이었다.

구 작가는 사진 매체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모색하며, 사진이 현대 미술의 주요 장르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한 작가로 꼽힌다. 현재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석좌 교수로 재직 중이다. ▶'Koo Bohnchang'=내년 2월 17일까지 국제갤러리 부산점. 051-758-2239.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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