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신춘문예-시조 당선 소감] 오랫동안 꾸던 꿈의 소리 이제야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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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비

커튼을 연다.

밤을 지새우며 게워낸 글자들이 어둠을 뒤적이고 있다.

단단한 어둠의 각질을 뚫고 새로운 세상이 밀려온다.

오랫동안 꾸던 꿈의 소리를 이제야 듣는다.

내 안에서 다시 꿈틀거리는 문학 씨앗을 하늘에 심는다.



셈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글을 덮기도 했다.

그때마다 불 꺼진 뒷골목에 쪼그려 앉아, 공벌레처럼 몸을 말고 어깨를 들썩이는 나와 마주쳤다.

덧셈의 수치로만 삶을 표시하는 어리석은 일이 다시는 없기를….

지금 나를 향해 오고 있는 따듯한 계절을 향해 두려운 걸음을 딛는다.

잘 자라 거라 내 글의 씨앗이여!

하늘에 누군가 파종한 수많은 별 속에 아직 너의 자리가 남아있을지니.

그 자리에 들어 어둠별처럼 고요히 반짝 이거라.

그리하여 가장 낮은 곳에 피는 서러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윽하게 비추는 알곡이 되거라.



정진규 시인님, 임승빈 교수님, 함기석 시인님, 조경선 시인님, 정유지 교수님께 감사한 마음을 보낸다. 그리고 나의 가족과 심사위원님께도 진심을 담아 감사를 표한다.



약력: 1970년생. 본명 김희숙. 청주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우석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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