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신춘문예-시조 심사평] 시험관 들여다보고 관찰하듯 현 시대·사람 객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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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연희

340여 편에 이르는 작품들을 놓고 우선 예심을 보았다.

열두 분의 작품을 골라내고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미 많이 다루어져 식상한 작품은 비록 율격을 잘 갖추고 있어도 내려놓았다.

기성작품을 모방한 듯한 작품도 탈락을 면치 못하였다. 참신한 생각을 바탕으로 한 패기와 열정의 도전정신이 없다면 신춘문예에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비슷비슷한 수준의 작품들을 놓고 먼저 결함을 찾아내었다. 회고적, 애상적인 작품은 비록 세련미와 이미지의 선명함이 드러나도 최종선을 넘을 수 없었다. 또한 추상적, 관념적인 작품들도 내려놓았다.

'까치집' '길고양이 삽화' '어떤 점검표' '쿠웬 씨의 하루' '고구마 순' 'MPD(다중인격장애)'가 마지막까지 남았다. 그 중 노모의 거칠어진 머리카락과 빛바랜 까치집의 비유가 절묘한 '까치집'과 감칠맛 나는 시어와 긴장미를 일으키는 '길고양이 삽화', 참신한 발상과 현 시대와 사람들의 인격장애를 마치 시험관을 들여다보고 관찰하듯 객관화한 'MPD' 작품을 두고 고심했다. 세 분 모두 제출한 다른 작품들도 우수했다.

그 중에서 'MPD'를 당선작으로 민다. 그의 다른 작품 '기억렌지 사용법' '치매'를 두고 무엇을 당선작으로 할까 고심했다. 물론 작품이 다 좋았다는 뜻도 있지만 정형률에 걸림돌이 보이고, 치매 같은 제목에 망설임이 있었던 탓이다. 앞으로 당선자가 더욱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새로움, 패기, 개성이 선명하게 드러난 작품을 선정하게 된 것은 큰 기쁨이다. 시조단에 새로운 흐름을 일으키는 한 역할을 할 것으로 믿으며 당선을 축하한다. 심사위원 전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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