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최저임금 파장] '과로' 덜고 '살림' 채우려다 공장·가게 거덜 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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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다가는 회사 문을 닫아야 할 판입니다." 부산 영도구에서 선박수리업을 하는 A 씨의 하소연이다. "풀타임 직원을 파트타임으로 돌리고 가족들로만 가게를 운영합니다." 부산의 한 플라워숍 점주 B 씨도 한숨을 쉬기는 마찬가지다.

내년 1월 1일 본격적인 시행을 앞둔 주 52시간 근무제와 올해보다 10.9% 인상되는 최저임금이 지역 경제에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지역 경제에 '위기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건설·제조 등 업계와 자영업자들은 "경제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 그냥 놔두면 다 죽는다"는 성토의 목소리를 내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
준비 안 된 기업·자영업자
"이대로면 망한다" 위기감

여건 열악 종사자는 환영
"방향 맞지만 적용 유연하게"


주 52시간 근무제는 내년부터 종업원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에서 강제 시행된다. 50~299인 기업은 2020년 1월부터, 5~49인 기업은 2021년 7월부터 적용된다. 지역의 대표적 중견기업의 모 대표는 "외국 바이어 응대 등 해외 관련 업무를 위해서는 24시간 대기체제로 돌아가야 하는데 큰 일"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조선 관련 중소기업의 대표는 "하룻밤에 끝낼 일을 며칠에 걸쳐서 하다 보니 작업이 제대로 될 리 없다"며 "이대로 가면 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기(工期)를 맞추는 게 생명인 건설업계에서는 근무시간 단축으로 부실시공이나 산업재해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년보다 16.4% 인상돼 올해 7530원이었던 시간당 최저임금은 내년 1월부터 시간당 8350원으로 올해보다 10.9% 인상돼 시행된다. 인건비 상승에 따른 지역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 부산의 한 주유소 사장은 "가격 경쟁력을 위해 직원을 쓸 수 없다"고 말했다. 16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올해 자금사정이 곤란한 이유 중 '인건비 상승'이 지난해 조사보다 21.5%포인트나 상승한 38.8%를 차지해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가 심각함을 보여 줬다.

반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대해 여행, 레저, 항공 등의 업계에선 환영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최저임금 인상 역시 사회복지 분야 등 근무여건이 열악한 분야 종사자 등을 중심으로 반기는 분위기다.

조영복 부산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 인상 등은 지향해야 하는 바는 맞는데 너무 빨리 한꺼번에 진행되고 있어 문제"라며 "정책의 유연함과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준녕·김마선·이자영 기자 jumpjump@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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