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진흥공사, 반년 만에 '현금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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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해운업 재건'을 외치며 7월 설립한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출범 반년도 되지 않아 '자금 부족'을 호소하며 국회에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나섰다. 올해 1300억 원의 국비가 투입된 해양진흥공사는 내년에 700억 원이 더 투입될 예정이지만 추가로 1000억 원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정 자본금 5조 원에 훨씬 못 미치는 3조 1000억 원 규모로 출범하는 등 정부의 해운업 재건 정책 부실 설계에 따른 예견된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해양수산부, 부산시 등에 따르면 해양진흥공사는 "2018년 현금 출자금 1300억 원이 대부분 소진돼 여유 재원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정부 현금출자금 1000억 원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해양진흥공사는 납입자본금이 3조 1000억 원 규모지만 자본금의 대부분이 현물출자로 부산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의 주식 등이다.

초기 자본금 대부분 현물
올해 투입된 1300억 소진
국회에 1000억 증액 요구
기재부 '수용 불가' 입장
"부실 설계로 예견된 결과"


정부는 당초 올해 해양진흥공사에 1300억 원의 현금을 지원하고 내년에 70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해양진흥공사는 올해 지원받은 자금 1300억 원을 대부분 사용해 현금성 자산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2월 수요조사보다 더 많은 선사가 지원을 요구하고 있어 자금 수요가 대폭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해양진흥공사가 출범 6개월도 되지 않아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데 대해 기획재정부는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회 예결위 관계자는 "해양진흥공사에 2000억 원을 지원하는 예산을 편성한 지 몇 개월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1000억 원을 증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기재부의 입장"이라며 "기재부는 1000억 원 요구액 가운데 일부만 증액하는 대안에 대해서도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양진흥공사 추가 국비 투입에 대해 기재부가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자 해양수산부는 물론 부산시까지 해양진흥공사 예산 증액을 '지역 현안 사업'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1000억 원의 예산 증액이 이뤄진다고 해도 해양진흥공사의 자금 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대상선 살리기'에 사실상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해양진흥공사가 내년에 현대상선 채권 매입에만 5000억 원을 사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문재인 친구' 황호선 전 부경대 명예교수를 해양진흥공사 사장에 임명하며 해운산업 재건 의지를 강조했던 정부가 실질적인 자금 지원을 외면하는 데 대한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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