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북·미 관계 정상화의 마중물 '4차 남북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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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연말연시 한반도에 또다시 평화의 열기가 끓어오를 전망이다.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중대한 합의를 이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두 정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계기·기회)을 추가로 제공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한마디로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이 좋다는 뜻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 1월 초에 개최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

이미 사전 조사는 충분히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남북정상회담의 일정은 김정일 위원장 기일 이전인 12월 중순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직 결정된 바는 없지만 이른바 '친교의 시간' 후보지인 제주도는 이미 한라산 백록담의 헬리포트를 점검하고 있다. 또한 제주에서 감귤을 싣고 평양을 다녀왔기에 김 위원장의 제주-평양 귀갓길 항공 노선에 대한 사전점검도 마친 상태이다.

남북 정상 다시 만나는 자체가
한반도 평화의 추가적 '모멘텀'
정례화·상시화 땐 큰 성과

미국 내 여론 끌어내는 데 기여
제재 국면 남북협력도 논의 가능
북·미 관계 돌파구 기대감 솔솔


이제 관심은 과연 김정은 위원장이 연내 답방을 할 것인가, 북한 내부적으로 진행에 어려움은 없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북한 내부에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는 건 지난 평양정상회담 이틀째 옥류관 오찬에서 김 위원장이 말했던 내용이다. 북한에선 태반이 반대하지만 문 대통령의 요청으로 서울 방문을 결정했다고 언급했었다.

북한이 우려하는 점은 두 가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우려하는 점은 민감한 반대 집회와 테러 가능성이다. 우리 체제는 북한과 다르게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며 극단적인 행동도 돌출할 수 있는 사회다. 따라서 우려의 시각을 가지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미 특사의 신분으로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다녀간 바 있다. 대남 총책 김영철 통일전선부장도 폐회식에 참석했다. 이제 김정은 위원장이라고 못 올 이유가 없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치안은 세계적으로도 최고 수준이다.

두 번째로 걱정스러운 점은 이번 4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떠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이다. 왜냐하면 남북의 합의가 빛을 보기 위해서는 북·미 관계의 개선이 필수적인데, 6월 북·미 정상회담 이후 이렇다 할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할 수 있는 의제가 나오겠는가 하는 비관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 특히 경제 제재가 해제 국면으로 접어들지 않는다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기란 쉽지 않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남북 정상의 만남 그 자체가 평양선언의 실천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남북통합 과정에서 정치통합의 초기 단계로 고위급회담의 정례화를 들 수 있다. 그런데 고위급회담을 넘어 정상회담을 정례화하거나 이보다 더 나아가 상시화하는 데 이른다면 커다란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한·미 정상이 동의한 바와 같이 남북 정상의 만남은 한반도 평화에 추가적인 '모멘텀'을 제공한다고 평가받는다. 이는 이후 전개될 북·미 정상회담에 긍정적인 배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미 정상회담 재개에 대한 미국 내 찬성 여론을 끌어내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또한 남북 정상이 만나면 적어도 제재 국면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합의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평양선언에서 남북 공동으로 기념하기로 합의한 내년 '3·1운동 100주년'의 구체적인 방안을 함께 발표하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부산에서 출발한 철도가 서울과 평양을 거쳐 신의주, 중국 베이징 그리고 임시정부가 있었던 상하이로 이어진다면 이 자체만으로도 주변국의 관심과 협력을 끌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친교의 시간에 한라산을 방문할지 아니면 자갈치시장이나 또 다른 곳을 방문할지도 관심거리이다. 전 세계에 한반도 평화를 알릴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은 북·미 회담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 자명하다. 그리고 북·미 회담의 성공은 곧 남북관계 발전에도 긍정적이다. 관건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실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지, 그리고 미국이 이에 상응하는 조처를 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지금의 정상회담들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북·미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의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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